제86화
스쳐 지나가던 순간, 뒤에서 박현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는 이미 심연 속에 있어서 다른 사람이 추락하는 걸 보고 싶지는 않아요.”
“박현진 씨는 의외로 도덕적인 분이네요.”
“그 일이 없었다면, 우린 친구가 되었을지도 모르죠.”
백세헌은 더 이상 이 주제를 이어가고 싶지 않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려 했다.
하지만 몇 걸음 채 못 가서 익숙한 그림자를 발견한 그는 갑자기 휘청거리며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뒤돌아보니 박현진이 그보다 먼저 갑판 위에 힘없이 쓰러져 있었으며 입가에는 핏자국이 번져 있었고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보였다.
박현진은 마지막으로 남은 힘을 쥐어짜며 말했다.
“배에 괴한이 있어요, 우리 포위된 것 같아요.”
몸이 힘없이 풀리자 박현진은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백세헌은 몇 분 전까지도 손님들이 오가던 갑판이 언제부터인가 황량하게 변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항상 그의 곁을 지키던 문해성 일행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백세헌의 머릿속에 떠오른 첫 번째 생각은 뜻밖에도 ‘강인아는 어디에 있을까’였다.
“우리 존귀하신 삼촌, 삼촌은 생각도 못 했겠지, 언젠가 오늘 같은 꼴을 당하게 될 줄은.”
30대 초반의 남자가 한 무리의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이쪽으로 걸어왔다.
남자는 깡패 같은 분위기를 풍겼고 오른쪽 뺨에는 섬뜩한 칼자국이 남아있었다.
얼굴은 못생긴 게 아니었고 오히려 조금 잘생겼지만 온몸에서 풍기는 살기가 보는 사람을 매우 불편하게 했다.
백세헌은 곧바로 그를 알아보았다. 그 사람은 바로 이복형의 아들인 백시후였다.
호칭으로 따지면 백시후는 백세헌을 ‘삼촌’이라고 불러야 했지만 나이로 따지면 백시후는 백세헌보다 열 살 이상 많았다.
10년 전 그 사고가 발생한 후, 백세헌은 백시후를 본 적이 없었다.
“백시후, 아직 살아있었구나.”
백시후는 칼자국이 난 얼굴을 드러낸 채 한 걸음 한 걸음 백세헌 쪽으로 다가왔다.
“삼촌은 10년 만에 예전의 그 풋풋한 소년에서 이렇게 멋진 미남으로 변했네. 시간이 참 빠르다니까.”
백세헌은 흥미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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