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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심동하는 고지수가 이렇게 눈치가 빠를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결국 솔직하게 털어놨다. “위염이 도진 거 같아요.” “혹시 저를 기다리다가 이렇게 된 거 아니죠?” “지수 씨 때문은 아니에요.”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요.” 고지수는 급히 몸을 돌려 집 안에서 약상자를 찾아 거실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안에 있는 약을 하나하나 꺼내기 시작했다. 심동하가 물었다. “집에 약이 왜 이렇게 많아요? 다 지수 씨가 먹는 거예요?”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어요. 재우가 어릴 때 자주 아팠거든요. 집에 약이 있으면 편하니까 그게 습관돼서 그냥 항상 챙겨놔요.” 하지연은 세 종류의 위장약을 꺼냈다. “이 두 개는 좀 순한 거고, 이건 좀 세지만 대신 효과가 빨라요. 평소에 어떤 거 드세요?” 심동하가 손을 뻗어 약효가 센 약을 집으려는 순간, 고지수가 재빨리 그걸 치워버렸다. “지금 많이 심해요?” “아니요, 살짝 아파요.” “그러면 이거는 드시지 마세요.” 심동하는 잠시 망설이다가 약효가 순한 두 개 중 하나를 골랐다. 고지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고 달걀 두 개를 꺼냈다. “먼저 달걀 삶아 드릴 테니까 이거 드시고 약 드세요. 라면도 그냥 고르지 마시고 제가 끓여주는 걸 드세요.” “알았어요.” 심동하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따라갔다. “내가 뭐 도와줄 거 없어요?” 고지수는 냄비에 물을 올리고 달걀을 넣은 후 라면을 꺼내려고 돌아섰는데 심동하가 바로 뒤에 붙어 있어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대로 그의 품에 부딪칠 뻔했다. “앗!” 그녀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다가 허리가 조리대에 닿았고 본능적으로 손이 테이블을 짚었다. 그 뒤로는 불이 켜진 가스레인지가 있었다. 심동하가 번개처럼 손을 뻗어 고지수의 허리를 감아 자기 쪽으로 당기며 품 안으로 안았다. “불 조심해요.” 고지수의 머리 위로 그가 차분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내뱉은 한마디가 들려왔다. 그녀도 알고 있지만 문제는 심동하와 부딪힌 그 순간, 마치 고급스러운 우디 향이 풍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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