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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심동하가 속이 편치 않다는 걸 알자 고지수는 면을 일부러 푹 퍼지도록 오래 삶았다. 하지만 면이 너무 퍼지면 맛이 없어지기 때문에 그녀는 국물과 고명에 더 신경을 썼다. 심동하가 젓가락을 들고 면을 입에 넣는 순간, 표정이 살짝 풀렸다. “지수 씨, 나가서 식당 차려도 되겠어요.” “가게 차리는 건 너무 힘들어요. 안 할 거예요.” “집에 가사도우미는 왜 안 써요?” “있어요. 며칠 뒤에 올 거예요.” 장민영이 노민준의 집에서 나온 후, 집에 잠깐 들르고 싶다고 했고 다 쉬고 나면 이쪽으로 바로 오기로 했다. 고지수는 면을 반쯤 먹다가 말고 참던 말을 꺼냈다. “저희 아버님의 회사 상황이 그렇게 안 좋아요?” 심동하는 그녀가 이렇게 돌직구로 물을 줄 몰랐다. 솔직히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들으니 왠지 기분이 씁쓸해졌고 입안에 있는 면도 갑자기 맛이 없어졌다. “그냥 간신히 버티는 수준이에요.” “혹시 그 회사를 인수하고 싶으세요?” “그 회사는 너무 작아서 내 눈에 안 차요.” 그 말을 듣고 고지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 노민준이랑 이미 이혼 합의서에 도장 찍었어요. 이번엔 절대 안 어길 거라고 약속했으니까 별문제는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아버님 쪽은 조금만 시간을 주실 수 있으세요?” 심동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침묵하면 그 자체로 압박이 된다. 고지수는 살짝 웃으며 덧붙였다. “제 부모님이 사고 났을 때 저를 챙겨준 건 아버님이랑 어머님이었어요. 비록 결혼생활은 완전히 실패했지만 두 분이 저를 도와주신 건 사실이거든요. 노씨 가문에서 오래 살았는데 이혼했다고 해서 그 집안이 무너지는 건 정말 원치 않아요.” 게다가 그녀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만 해도 두 집안의 사이는 나쁘지 않았다. 고지수는 일이 그렇게 지저분하게 끝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심동하의 반응을 기다렸고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는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심동하는 면을 다 먹지도 않았다. “그 사람한테 그렇게 마음이 약해요?” “노민준 때문이 아니에요. 그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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