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화
심동하는 몇 걸음에 소파 앞에 다다르더니 고지수를 조심스레 안아 들었다.
정말 장민영 말이 맞았다. 움직이자마자 난리가 났다.
발버둥에, 손길질에, 심지어 손톱이 심동하의 목을 긁어 선명한 자국이 생겼다.
장민영은 깜짝 놀라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심동하는 마치 아픈 기색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은 듯 무표정했다.
“방은 어디예요?”
“이쪽이에요.”
장민영은 서둘러 앞장섰다.
침대에 고지수를 내려놓는 순간 감정의 둑이 다시 무너졌다.
고지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얼굴을 감싼 채 낮고 억눌린 울음을 토해냈다.
“나 엄마 보고 싶어.”
심동하의 가슴이 묘하게 저릿했다.
잠시 멈춘 손길을 떼려던 순간 고지수가 심동하의 손목을 꼭 붙잡았다.
장민영은 뜨거운 물을 준비하러 나갔다가 들어오며 침대 옆에 앉아 있는 심동하를 보고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
심동하는 고개를 숙인 채 잠든 듯 흐느끼는 고지수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장민영은 시선을 거두고 아무 일도 모르는 척 물을 내려놓았다.
심동하는 천천히 손을 빼내며 고지수의 중얼거림을 들었다.
“아빠...엄마...노민준...노재우...심민지...”
그 이름들 속에 단 한 번도 심동하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심동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 이만 가볼게요.”
장민영은 심동하를 현관까지 배웅했다. 문이 열리고 심동하는 조용히 밖으로 나섰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그의 등 뒤에서 울렸다.
심동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조용한 단지 안을 걸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나뭇가지 그림자가 그의 차가운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그 그림자가 심동하의 눈빛에 스민 어두운 기운을 더 짙게 만들었다.
몇 걸음 가다 멈춰 서서 다시 뒤를 돌아봤다. 멀리 보이는 고지수 집의 불빛.
질투는 밤을 먹고 자라 그의 마음 구석구석에 뿌리를 내렸다.
이미 이혼했으면서 아직도 노민준의 이름을 부르며 우는 고지수를 생각했다.
“노민준 그 개자식, 나쁜 놈! 민지야, 물어버려!”
장민영은 한숨을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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