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7화
고지수가 미간을 찌푸리고 노민준을 바라봤다. 노민준이 심동윤을 혼내줬던 게 생각나 걱정됐기 때문이다. 사실 고지수는 노민준이 온몸으로 뿜어내는 적개심의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소문은 그저 소문일 뿐이라고 해명했는데 말이다.
심동하가 입을 열었다.
“그래요.”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고지수에게 말했다.
“먼저 들어가요. 밖은 추워요.”
고지수가 노민준을 노려봤다. 경고하는 듯한 눈빛에는 경계와 책망과 역겨움이 골고루 섞여 있었다. 아무튼 심동하의 편을 드는 것처럼 좋은 눈빛은 절대 아니었다. 다만 심동하를 돌아보는 고지수의 눈빛은 어느새 부드러워졌다.
“그래요.”
이에 노민준의 심장이 다시 저릿해났지만 노재우의 등을 떠미는 걸 잊지 않았다.
“먼저 엄마랑 들어가 있어.”
안 그래도 엄마와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노재우가 얼른 뒤따라갔다.
찬 바람이 쌩쌩 부는 가운데 두 남자가 수영장 옆에 서서 서로를 마주했다. 미리 짜놓은 것도 아닌데 두 남자는 고지수가 멀어지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한 사람은 고지수가 두 사람이 싸우는 걸 보는 게 싫었고 한 사람은 고지수가 심동하의 마음을 알아채는 게 싫었다. 그 마음을 알아채는 순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업무적으로 엮여 있으니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힘들었다.
노민준은 연적의 마음을 들어줄 만큼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심 대표님, 뭐하러 그러세요? 원하면 어떤 여자든 손에 넣을 수 있을 텐데.”
“고지수 씨는 단 한 명이잖아요.”
“꼭 그렇게 뺏어야겠어요?”
“뺏다니요. 이제 노민준 씨의 여자도 아닌데요.”
순간 화가 치밀어오른 노민준은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제가 말씀드렸죠. 우리 사이는 십몇 년 동안 쌓아온 감정이 있다고요. 인생에 그런 십몇 년이 몇 번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절대 잊지는 못할 거예요.”
심동하는 세상에서 가장 덤덤한 말투로 노민준의 마음을 후벼팠다.
“내가 전에 물었잖아요. 그때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머리가 윙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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