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7화
어젯밤, 유현숙은 호텔에 미리 부탁해둔 음식을 확인하러 아래층에 내려갔다.
그런데 돌아왔을 때는 이미 집이 털렸었다.
호텔 직원은 심동하가 고지수를 데리고 나갔다고 알려주었다.
아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유현숙이였기에 고지수가 심동하와 함께 있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이른 아침 유현숙을 덮쳤다.
아들이 호텔 목욕가운을 걸친 채 흐트러진 모습으로 고지수의 방에서 나오는 것을 직접 본 것이다.
품위는 온데간데없이 꼴사나운 몰골이었다.
성인이 된 이상 더 설명은 필요 없었다.
“심동하! 무슨 짓을 한 거야?”
유현숙은 당장 따져 묻겠다는 무서운 기세였다.
심동하가 입을 열기도 전에 닫히지 않은 방문 안에서 발소리가 급하게 다가왔다.
고지수가 뛰어나와 심동하의 앞을 가로막고 다급히 해명했다.
“아주머니, 오해 마세요. 어젯밤 제가 술에 취해 난동을 부렸는데 혹시 사고라도 날까 봐 심 대표님이 침대 옆에서 밤새워 지켜주셨어요.”
‘침대 옆에서?’
‘밤새도록?’
유현숙은 아들에게 기회를 줘도 못 썼다는 눈빛을 보냈다.
심동하는 아무 말도 없었다.
무슨 말을 해도 혼날 상황이었다.
유현숙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얘가 어디 사람을 돌볼 줄 아냐. 좀 괜찮아졌니? 힘들진 않니?”
“네, 훨씬 좋아졌어요. 심 대표님이 세심하게 챙겨주셨어요.”
유현숙은 반신반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레스토랑에 아침을 준비시켜놨으니 옷 챙기고 같이 가자.”
“네.”
그때 심동하가 조용히 덧붙였다.
“밴드는 침대 머리맡에 있어. 꼭 갈아붙여.”
자신조차 잊어버린 사소한 일을 심동하가 기억해주니 고지수의 마음은 순간 흔들렸다.
방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은 고지수는 머리맡에서 새 밴드를 꺼냈다.
아마 어젯밤에 산 모양이었다.
가장 평범하고 소박한 종류였다.
그런데 꺼내는 순간 멍해졌다.
모든 밴드 위에 펜으로 작은 그림이 하나씩 그려져 있었다.
낯선 필체였다.
자신이 그린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심동하였다.
어젯밤 심동하가 밴드를 붙여주려 할 때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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