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0화
겨울의 묘지는 싸늘하고 쓸쓸했다.
줄지어 선 묘비는 장중하고 고요했으며 쓸어내지 못한 낙엽이 바닥에 쌓여 발걸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고지수는 부모님의 묘 앞에 꽃 한 다발을 내려놓았다.
묘비에는 부모님의 사진이 있었고 그 모습은 고지수의 기억 속 가장 다정하고 아름다웠던 때 그대로였다.
잠시 묵묵히 서 있던 고지수는 몇 해 전 검은 옷을 입고 무릎 꿇은 채 오열하던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듯했다.
그렇게 한참을 서 있다가 서야 묘 앞을 떠났다.
집에 들러 차를 가져온 뒤 부모님과 함께 살던 별장으로 향했다.
그곳은 도시 남쪽의 고급 주택가에 있었는데 지금 고지수와 노민준이 사는 집보다 훨씬 넓고 정원도 더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은소희가 회사 파산으로 노 씨 집안까지 피해를 줬을 때 고지수는 어쩔 수 없이 별장을 팔았다.
일부는 빚을 갚고 일부는 양육비로 쓰였으며 나머지는 학비와 용돈 그리고 선물 구매로 거의 다 흘러갔다.
한때 고지수의 집이었던 곳은 이제 남의 소유였고 되찾으려면 큰돈이 필요했다.
고지수는 집 앞에서 한동안 머물다 부모님이 일하시던 사무실이 있던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여러 번 주인이 바뀌어 지금은 낯선 회사들이 들어서 있었다.
마지막으로 고지수는 노철수의 회사 앞으로 갔다.
이미 어둑해진 저녁, 건물에는 불이 환히 켜져 있었다.
유현숙이 노 씨 집안을 원망해 노철수 회사의 프로젝트를 가로챘고 지금쯤 노민준과 노철수는 바삐 돌아치며 모든 인맥을 동원해 회사를 버티려 애쓰고 있을 터였다.
고지수는 사설탐정을 고용해 노철수와 노민준 명의의 모든 재산과 회사 현황을 조사하게 했다.
그제야 마음을 돌려 자신의 작업실로 향했다.
작업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고지수는 쌓여 있던 선물들을 차에 싣고 집으로 가져와 하나씩 풀었다.
노재우는 옆에 앉아 제 선물을 가장 먼저 열어 달라며 애교를 부렸다.
노재우가 준비한 것은 맞춤 제작한 눈덩이였다.
안에는 고지수를 닮은 인형과 노재우를 닮은 인형이 서로 기대어 있었다.
“엄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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