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6화
문이 닫히자마자 고지수는 잡고 있던 심동하의 손을 바로 놓아버렸다.
“왜죠?”
고지수는 방금까지는 노민준의 시선을 마주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또 심동하의 시선도 마주칠 수가 없었다.
그녀는 한참 침묵을 지키더니 사실대로 말했다.
“당신을 이용한 거예요.”
심동하는 잠시 고지수를 내려다보더니 눈꼬리를 가볍게 올리며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계약서를 썼으면 서로 이용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저는 상관없어요. 어쩌면 앞으로 더 많은 장소에서 저랑 알콩달콩 지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도 몰라요. 그때가 되면...”
그는 일부러 하던 말을 멈췄다.
고지수가 심동하를 제멋대로 이용했지만 그는 오히려 관대하게 괜찮다고 받아넘겼다.
이 상황에서 만약 자기가 원하지 않는다는 말이 튀어나온다면 계약 위반보다도 그저 철없는 사람으로 비칠 뿐이었다.
그러고는 이어 말했다.
“그렇게 되더라도 전 괜찮아요.”
“그래요, 그럼 됐어요.”
노민준은 문 앞에 너무 오래 서 있었던 탓에 다리가 저렸고 온몸은 웅크리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그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목적지도 없이 거리를 헤매며 고지수의 마지막 말이 귓가를 맴도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네 집에서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너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잖아. 난 세상 누구랑도 함께 살아갈 자신이 있어. 하지만 유독 너랑은 절대 안 돼.’
직설적이고 또렷했던 그녀의 한마디는 가차 없이 날려 노민준의 심장에 꽂혔다.
학창 시절의 그녀는 간드러진 모습이었고, 결혼 후의 그녀는 부드럽고 자상했지만 뜻밖에도 오늘의 그녀는 너무 냉정하게 변해 있었다.
고지수의 태도는 여느 때보다도 더 냉정했다.
‘진짜 심동하 때문인가? 그를 사랑하기라도 하는 건가?’
고지수의 말들은 그의 머릿속에서 반복적으로 재생되었다.
노민준은 그녀의 말을 되새기더니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면서 중얼거렸다.
‘네 집에서 어떻게 했는지 너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잖아.’
‘우리 집이라면...’
유산이었다.
노민준은 그제야 말뜻을 이해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어찌할 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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