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7화
이 말은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심동하가 시 중심에 있는 그 아파트는 매우 컸기 때문에 각자 방에서 지내면 서로가 무엇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심동하가 바빴다.
지난번에 심동하를 만난 이후 그녀는 어제가 되어서야 다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녀의 근무 시간도 비교적 유연했기 때문에 두 사람이 마주칠 확률은 매우 낮았다.
고지수가 말했다.
“방해가 안 된다면, 저야 좋죠.”
심동하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방해가 돼요? 그건 제가 바라던 바예요.’
약혼식이 끝날 무렵 하객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노민준은 밖에 주차된 차 안에서 호화로운 차들이 심씨 가문 대문을 빠져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아서 숨을 쉬기조차 어려웠다.
약혼식이 끝났다.
고지수와 심동하가 약혼했다는 사실은 마치 끊임없이 드나드는 줄톱처럼 노민준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그는 핸들에 얼굴을 파묻은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숨을 깊게 들이쉬었지만 가슴속의 통증은 조금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는 얼마나 오래 그렇게 핸들에 엎드려 있었는지도 모른 채 누군가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서야 정신을 차렸다.
노민준이 머리를 들었을 때 차창밖에는 단정한 수트를 입고 온화한 미소를 띤 중년 남자가 쟁반을 들고 서 있었다.
쟁반 위에는 한 잔의 술이 놓여 있었다.
노민준은 창문을 내리고 속으로 이 남자의 정체를 추측했다.
심동하의 집사 같았다.
“심 대표님께서 노민준 씨 가 오신 걸 알고 저에게 축하의 뜻으로 이 술을 전해 드리라 하셨어요.”
노민준은 비웃으며 말했다.
“지금 나에게 도발하는 건가?”
변한수는 여전히 점잖고 예의 바른 신사 모습이었다.
“심 대표님을 오해하셨어요. 도발은 심씨 가문에서 손님을 대하는 법이 아니에요.”
이 말은 마치 소인의 마음으로 군자의 그릇을 헤아린다는 것 같았다.
그는 그 잔의 술을 마실 수 없었다.
“사양하겠습니다.”
변한수는 예상이라도 한 듯 강요하지 않고 손에 들린 답례품을 들어 보였다.
“오늘 방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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