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4화

방금 노재우를 보낸 고지수는 노철수의 전화를 받았다. 통화를 마치자 옆에 있던 심동하가 물었다. “노철수 씨 전화예요?” “네, 만나자고 해요.”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모양이네요.” 노철수는 상계에서 여러 해를 보내며 쌓은 안목이 빼어났다. 심동하는 좀 불안했다. “제가 같이 갈까요?” “괜찮아요. 제가 혼자 가도 돼요.” 심동하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다른 방법을 제안했다. “제가 데려다줄게요. 가까이 가지 않고 근처에서 기다릴 테니, 제 번호를 단축키로 등록해 뒀다가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해요.” 고지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씨 가문에는 하나같이 좋은 사람이 없어. 궁지에 몰렸으니, 나에게 무슨 짓 할지도 몰라.’ “그래요.” 심동하가 물었다. “어디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식당요.” “그러면 지금 바로 가요.” “지금요?” 지금 가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동하가 말했다. “일단 밥부터 먹어요. 그 사람들과 이야기한 후에는 입맛이 없어질 테니까요.” 고지수는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일리가 있었다. 고지수를 데리고 약속 장소에 도착한 심동하는 VIP룸에서 음식을 주문해 그녀와 함께 먼저 식사를 했다. 고지수는 반쯤 배부르게 먹고 앉아서 잠시 차를 마신 후 일어나 노철수에게 갔다. 노철수도 VIP룸을 예약해 두었지만 음식은 주문하지 않은 상태였다. 안으로 들어선 고지수는 노민준도 함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너도 왔어? 둘이 함께 나 한 명을 상대하려는 거야?” 노민준은 고지수가 오해할까 봐 황급히 부인했다. 노철수는 얼굴이 파래서 냉소를 지었다. “봤지? 저 녀석은 네 편이야, 둘이 맞서도 사실은 너희 둘이 나 한 명을 상대하는 거나 다름없어. 식사 시간이니까, 먼저 주문부터 하자.” 고지수는 메뉴판을 집어 들었다. “아저씨가 사는 거죠?” “내가 만나자고 했으니. 당연히 내가 사야지.” 고지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부러 비싼 것만 골라 주문했다. 주문할수록 노철수의 얼굴색이 파래지는 것이 눈에 띄었다. 고지수는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