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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고지수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노민준의 이모가 그녀를 발견하고는 손을 휘휘 저었다. “지수 왔니? 이쪽으로 와. 다들 너만 기다리고 있었어.” 딱 걸린 고지수는 결국 순순히 그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커피는 내가 이미 시켜뒀어. 여기.” 은소희가 미소를 지으며 고지수를 반겼다. 고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앞에 놓인 커피를 한입 들이마셨다. 은소희는 가족들과 눈빛을 주고받더니 바로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지수야, 너도 알지? 민준이가 미안하다는 말 같은 거 잘 못하는 거.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대신 전해주러 온 거야.” 고지수는 늘 듣던 레퍼토리에 속으로 피식 웃었다. 노민준은 사과를 잘 못하는 게 아니었다. 애초에 그녀에게 사과하고 싶은 마음 따위가 없는 것뿐이었다. “민준이한테 들었어. 그 비서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래. 그냥 다 오해였대. 하지만 뭐가 됐든 회사로 찾아가 난동까지 부렸으니까 이제는 화를 풀 때도 되지 않았니? 재우 생각도 해야지. 네가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것 때문에 재우가 화가 단단히 났어. 오늘 아침에도 너 보러 가자고 얘기하니까 안 가겠대.” 당연한 소리였다. 애초에 노재우는 그녀를 엄마로 취급해 주지도 않았으니까. “이건 저와 노민준 일이에요. 그러니까 그만 하세요.” 고지수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은소희는 고작 며칠 집 나간 사이에 몰라보게 변한 그녀를 보며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정말 이혼이라도 할 거란 소리니?” 그때 노민준의 이모가 끼어들었다. “지수야, 이혼이라니. 그런 생각은 하는 거 아니야. 솔직히 바람 안 피우는 남자가 어디 있어? 돈 좀 있는 남자들은 다들 밖에 여자 한 명쯤은 두고 있는 거야. 그리고 민준이 정도면 양반이지. 결혼한 지 그렇게 오래됐는데 이제껏 그 여비서 하나밖에 없었잖아. 게다가 누가 봐도 여자 쪽이 먼저 들이댄 건데 굳이 그 화를 민준이한테까지 풀 필요가 있어?” 노민준의 외숙모도 한마디 거들었다. “지수야, 여자는 이혼 딱지가 붙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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