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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노민준은 점심에 퇴근하여 곧장 병원으로 갔다. 노재우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윤혜리는 침대 옆에서 노재우를 위해 이야기를 읽어주고 있었다. 그곳에 고지수는 없었다. 노재우는 노민준을 보자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아빠.” “좀 괜찮아?” “네.” 노재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아빠가 혜리 이모를 보내줘서 다행이에요. 오늘 혜리 이모가 계속 저랑 같이 있어 줬어요.” “엄마는 안 왔어?” 노재우는 감히 노민준의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내려뜨렸다. “네. 엄마는 제가 신경 안 쓰이나 봐요.” 노민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고지수가 노재우라도 잘 챙기길 바랐는데 고지수는 그것마저 제대로 하지 못했다. 노민준은 휴대전화를 꺼내 고지수에게 문자를 보냈다. [너 설마 아들이 아픈 것도 모르고 있었어?] [왜 네 아들을 다른 사람이 돌봐주길 바라는 거야?] [그러니까 재우가 다른 사람을 엄마라고 부르고 싶어 하지.] [빨리 와.] 잠시 뒤 고지수가 답장을 보냈다. [병원에 있는 거야?] [그러면 네가 돌봐.] 노민준은 문자를 보고 헛웃음을 쳤다. ‘또 고집부리네. 이젠 한 아이의 엄마면서 아직도 내가 달래주길 바라는 거야? 아이도 자기가 원해서 가진 거면서 낳아놓고는 제대로 돌보지도 않아? 역시 여자는 계속 봐주면 안 된다니까. 아이 덕분에 나랑 결혼했으면서 이제는 나한테 성질까지 부리려고 하네.’ 윤혜리는 노민준의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표님, 사모님은 오기 어려우시대요?” 오늘 오전 회사에 도착한 노민준은 노재우가 걱정되어 윤혜리에게 노재우를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마침 노재우도 윤혜리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노민준이 대답했다. “응. 번거롭겠지만 윤 비서가 재우 좀 돌봐줘. 윤 비서 일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맡길게.” 윤혜리가 대답했다. “저한테 그렇게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 사모님은 회사에 다녀본 적도 없고 계속 집에만 계시니까 대표님이 얼마나 힘드신지 몰라서 그래요. 비서인 저는 대표님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시는지 아는데 그걸 다 알면서 모른 척할 수가 없죠. 어차피 저는 일개 비서니까 하루 정도 자리를 비워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게다가 저도 재우를 좋아하고 재우도 저를 좋아하니 대표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셔도 저는 기꺼이 여기 남아 재우를 돌볼 거예요.” 노재우는 매우 기뻐했다. “혜리 이모가 짱이에요!” 윤혜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노재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노민준은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록 고지수는 회사에 다녀본 적이 없지만 그가 힘들게 일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살림도 잘해서 한 번도 그에게 걱정을 끼친 적이 없었고 그의 동료들도, 협력 파트너들도 모두 그를 부러워했다. 노민준은 다시 휴대전화를 꺼내 고지수가 보낸 답장을 보았고 또 한 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지금까지 고분고분 굴더니 왜 갑자기 심술을 부리는 걸까? 노민준은 고지수의 번호를 차단해 버렸다. ... 고지수는 변호사에게서 이혼 합의서 pdf 파일을 받고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마음을 먹고 노민준에게 보냈다. 그러나 이내 그녀는 노민준이 자신을 차단했음을 발견했다. 가슴이 난도질당하는 것처럼 괴로웠다. 고지수는 잠깐 당황했지만 이내 노트북을 켜서 노민준의 이메일 주소로 이혼 합의서를 보냈다. 심민지는 고지수가 메일을 보낸 순간 매우 들떴다. “드디어 이혼하는구나. 자, 언니가 뽀뽀 해줄게!” 고지수는 웃으면서 피했다. “네 팬들한테나 해줘.” “이건 축하받아 마땅한 일이야. 지수야, 나랑 같이 여행 가자!” “안 돼. 나 덴보크에 갔다 와야 해.” “덴보크?” “현숙 이모 기억해? 우리 엄마 친구 말이야. 현숙 이모가 이제 곧 생신이거든. 며칠 전에 나한테 초대장도 보내주셨어. 오랜만에 현숙 이모 만나면서 기분 전환도 하려고. 티켓도 사뒀어. 오늘 저녁 비행기야.” 심민지가 말했다. “그러면 내가 공항까지 데려다줄게.” “그래.” 고지수는 메일이 성공적으로 발송되었다는 문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렇게나 고민했던 일인데 정작 실행에 옮기니 별거 아니었다. 고지수는 노트북을 끄고 캐리어를 챙겼다. ... 노민준은 그날 밤 노재우를 데리러 병원에 갔다. 집으로 돌아왔으나 매일 그를 맞이해주던 고지수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를 맞이하러 나온 것은 장민영이었다. “지수는요?” 장민영이 대답했다. “사모님께서는 오늘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노민준은 표정이 차가워지더니 장민영에게 노재우를 맡기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고지수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자 노민준은 조금 불안해졌다. 그는 짜증 난 표정으로 고지수가 이번에는 평소보다 강하게 나온다고 생각했다. 노민준은 휴대전화를 한쪽에 던져두고는 노트북을 켰고 이내 메일 하나를 발견했다. 고지수가 보낸 메일이었다. 노민준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면서 한 손으로 넥타이를 풀었다. 방금까지는 강단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아닌 듯했다. ‘가정주부 주제에 카톡이 안 되니까 메일을 보낼 줄도 아네.’ 노민준은 메일을 클릭한 뒤 내용을 살폈다. [변호사에게 연락해서 이혼 합의서 작성했어. 공동 재산은 반으로 나누고 아이 양육권은 너한테 넘길게. 문제없으면 출력해서 사인하고 민지 주소로 보내줘.] 그리고 아래에는 이혼 합의서 첨부 파일이 있었다. 노민준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는 몰랐겠지만 마우스를 움직여 이혼 합의서를 클릭할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확인해 보니 이혼 합의서가 맞았다. 노재우가 문을 열고 책상 옆으로 걸어갔다. “아빠, 저 콜라 마시고 싶은데 아주머니가 못 마시게 해요. 엄마가 마시게 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면서요.” 노민준은 정신을 차렸다. “괜찮아. 마셔.” 신이 난 노재우는 들뜬 얼굴로 콜라를 컵에 가득 따라서 다시 서재로 돌아오더니 노민준에게 마시겠냐고 권했다. 노민준은 싫다고 했다. 노재우는 메일을 보았고 이혼 합의서라는 글을 알아보았다. 노재우는 신난 얼굴로 노민준을 바라보았다. “아빠, 엄마랑 이혼할 거예요?” “네 엄마가 보낸 거야. 나한테 네 양육권을 넘기겠다네.” 노재우는 갑자기 허리를 쭉 펴고 앉다니 잠시 뒤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 “엄마는 우리를 협박하려는 걸까요?” 노민준은 잠깐 흠칫하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조차 눈치챌 수 있는 일이었다. 고지수가 그와 이혼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아이 양육권을 넘기겠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노재우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 너무 유치해요.” “그러게.” 그래도 예전보다는 훨씬 더 강단 있어 보였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그에게 먹힐 거라고 생각한 것일까? ‘이런 방법을 썼다가 혹시나 내가 진짜로 이혼하겠다고 한다면 어쩌려고.’ 노재우는 매우 불쾌해했다. “예전에 혜리 이모랑 친해졌을 때 엄마는 제게 혜리 이모랑 놀지 말라고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협박까지 하네요. 엄마는 왜 혜리 이모를 받아주지 못하는 걸까요? 정말 쪼잔해요! 아빠, 혹시 엄마랑 진짜 이혼하게 되면 저 엄마 말고 아빠 따라갈래요.” 노민준은 대꾸하지 않고 노트북을 껐다. “다 마셨으면 얼른 가서 자. 엄마 메일은 그냥 무시할 거야.” “무시할 거라고요?” 여자는 한 번 봐주면 점점 더 기고만장해진다. 노민준은 앞으로도 편하게 살고 싶었다. “언제까지 혼자서 이러는지 지켜봐야지.” 결국에는 기가 죽어 다시 그의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노재우는 엄마가 최대한 늦게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집에 없을 때면 몰래 게임도 하고, TV도 보고, 간식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엄마가 없으니 너무 좋아!’ 저녁이 되자 차가운 콜라를 마신 노재우는 다시 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구토까지 했다. 장민영은 서둘러 노민준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아이를 돌본 경험이 전혀 없는 노민준은 허둥지둥 서툰 손길로 노재우에게 옷을 입혀주었다. 외출할 때는 신발도 반대로 신겨서 장민영이 다시 제대로 신겨주었다. 노재우는 노민준의 어깨에 엎드려 있었는데 원래 몸이 좋지 않은 데다가 입은 옷도 불편해서 괴로운 얼굴로 작게 말했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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