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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다음 날, 온몸이 쑤신 고지수는 걸을 때 허리까지 짚을 정도였다. 어젯밤, 미친 듯이 몰아붙이는 심동하 때문에 그녀는 몇 번이나 정신이 혼미해졌다. 고지수는 눈을 감고 피로를 풀며 마음속으로 심동하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예쁜 얼굴에 핑크빛이 떠올라 잘 익은 복숭아 같아 보였다. 어제 심영태를 화나게 한 이유로 오늘 심영태는 심동하가 맡고 있는 일들을 모두 정지시켰고 심동하는 거의 회사에서 쫓길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회사의 직원들은 하나같이 눈치가 빨랐다. 심동하가 회사를 맡아온 지 꽤 되었지만 심영태가 이렇게 화를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회사 안에는 심씨 가문의 주인이 바꾸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사자인 심동하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남은 업무들을 처리한 후 그는 바로 자리를 떴고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미련 없이 떠났다. 어떤 사람들은 심동하가 떠날 때 웃는 모습을 본 것 같기도 했다. 직원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심동하의 비서는 그의 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오늘 아침,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겨우 대표님을 호텔방에서 모시고 나왔다. 아마 지금 당장 돌아가서 사모님과 함께 있고 싶을 것이다. 한편, 그가 문을 밀고 들어오는 것을 본 고지수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반걸음 물러섰다. “일어났어요?” “이 시간에 왜 왔어요?”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가 휴가를 주셨어요.” .... 순간, 그녀는 심영태와 싸운 것을 후회했다. 지금 가서 사과하면 심영태가 다시 심동하를 회사로 불러들일지 모르겠다. “점심은 뭐 먹고 싶어요?” 고지수의 앞으로 다가간 심동하는 그녀의 볼에 뽀뽀를 하고는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건 페이크라는 걸 고지수는 잘 알고 있었다. 어젯밤, 이 남자는 이런 달콤한 목소리로 그녀한테 물으며 그녀를 속였다. “좋아요?”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 물음에 냉큼 대답한 고지수는 그의 꼼수에 걸려들고 말았다. 심동하는 좋아한다는 말을 한번 듣고 싶은 게 아니라 계속 듣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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