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고지수는 고개를 숙여 커피가 흥건히 묻은 자신의 하얀 드레스를 바라봤다.
커피 자국은 선명했고 보기 흉했으며 속옷까지 다 젖어버린 게 느껴졌다.
이 꼴로는 도저히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없었다.
안미진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냥 아주 작은 교훈 좀 준 거야. 그깟 사진 따위 찍는 주제에 얼굴 좀 괜찮다고 해서 위로 기어오를 생각은 하지 말라고.”
고지수는 말없이 그녀 손에 들려 있던 커피잔을 확 낚아챘다.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그대로 그녀 머리 위에 부어버렸다.
커피 반병이 고스란히 안미진의 머리부터 옷까지 쏟아졌다.
곧 안미진은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
“악!”
옆에서 지켜보던 비서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 이제 진짜 큰일 났다.’
고지수는 텅 빈 커피 병을 손에서 놔버렸고 그대로 땅에 떨어진 병은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 말, 그대로 돌려줄게요. 심 대표님은 당신 같은 여자 쳐다도 안 봐요. 기어오를 생각 말고 여자답게 좀 자중하세요.”
“너... 이 미친년아!”
안미진은 얼굴이 새빨개져 소리를 질렀다.
새로 한 머리, 새로 맞춘 드레스는 전부 망해버렸다.
아니, 어쩌면 내면까지 무너졌을 수도 있다.
“네가 대체 뭔데? 오늘 너 진짜 가만 안 둬! 내가 죽여버릴 거야!”
안미진은 그대로 달려들려 했고 비서는 그녀를 온몸으로 막아섰다.
“안 대표님! 진정하세요! 제발 진정 좀...”
“비켜! 저년 머리채를 확 그냥 잡아 뜯어버릴 거야!”
비서는 미칠 지경이었다.
이대로 한 판 붙기라도 하면 내일 헤드라인은 신제품 발표가 아니라 명안의 스캔들이 될 게 뻔했다.
절망하는 찰나, 비서의 눈에 심동하가 들어왔다.
“심... 심 대표님!”
그러자 안미진이 코웃음을 치며 반박했다.
“쳇, 지금 우리 엄마가 와도 날 말리지 못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안미진은 바로 옆을 지나쳐가는 익숙한 실루엣을 봤다.
심동하는 단 한 번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고 곧장 고지수 앞으로 걸어갔다.
심동하가 다가오는 걸 본 고지수는 가슴 속에 끓어오르던 분노가 서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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