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괜찮아, 우리만 아무 말 안 하면 걔는 몰라.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그만 좀 해요!”
은소희를 원수 보듯 보던 노민준은 그만 등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 하자 은소희가 다급히 그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가지 마. 네가 지금 고지수한테 가면 너랑 지수는 정말 끝이야. 엄마가 다 알려줄게. 그동안 있었던 일 사실대로 다 알려줄 테니까 가지 마.”
“듣기 싫다고요!”
“나는 엄마 아빠 같은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아요. 너무 역겨워요.”
말을 마친 노민준은 은소희의 손을 뿌리치고는 액셀을 밟아 고지수의 동네로 향했다.
하지만 깊은 밤이라 대문이 굳게 닫혀있어 동네 주민이 아닌 노민준은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차를 한편에 세운 노민준은 어둠이 깃든 동네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다고 고지수의 집이 보이는 것도 아닌데 그는 그쪽만 쳐다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만나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싶었던 노민준은 결국 아파트 단지의 담을 넘으려 했다.
담이 워낙 높아서 뛰어내릴 때 손이 다 까졌지만 노민준은 지금 그딴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손을 털고 일어나 고지수의 집을 향해 내달리던 노민준은 갑작스레 떠오르는 지난날의 기억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주머니가 주신 거라니까? 아주머니는 왜 거짓말을 하시는 거야?”
“넌 염치도 없어? 그렇게 해서라도 내 마음을 얻고 싶은 거야? 너 정말 역겨워 고지수.”
그 말에 고지수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었다.
그때 그녀의 눈물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노민준은 옆에 있던 심민지가 했던 말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노민준 씨, 말은 바로 해야죠. 지수가 정말 약을 탔다고 해도 목에 칼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도망가면 그만이잖아요. 다리는 뒀다 뭐해요? 정신력이 그 모양이니까 약에 당하죠. 할 거 다 하고 나서 이제 와서 지수한테 뭐라고 하는 거 쪽팔리지도 않아요?”
“뭐라고요?! 다시 말해봐요.”
노민준이 언성을 높이자 고지수는 발끈하는 심민지를 말리기 시작했다.
“민지야, 그만해.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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