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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병원에서 며칠을 지내는 동안, 윤태현은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최 비서가 메시지 하나를 보내왔다. 걱정하지 말고 푹 쉬다가 몸이 나으면 출근하라는 내용이었다. 강유진은 더는 억지로 버티지 않았다. 무리해서 망가진 몸을 제대로 회복한 뒤에야 퇴원했다. 그 사이 사내 단체 채팅방은 하루도 조용할 틈이 없었다. 대화 주제는 온통 윤태현과 서청아였다. 윤태현이 서청아의 생일을 위해 디즈니랜드를 일주일이나 통째로 빌렸다는 얘기, 밤하늘을 터뜨린 불꽃놀이가 사흘 내내 끊기지 않았다는 얘기, 집안 모임에 서청아를 데리고 나가 며느리에게만 물려준다는 팔찌를 직접 손에 쥐여 줬다는 등등 얘기였다. 심지어 땅을 한 필지 사서 개인 스키장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 이름부터 서청아와 떼려야 뗄 수 없게 지었다는 말도 돌았다. 강유진은 그 메시지들을 조용히 내려다봤다. 신기하게도 마음은 아무것도 흔들리지 않았다. 퇴원한 뒤 강유진은 평소처럼 출근했다. 업무 처리도 여전히 빈틈이 없었다. 다만 윤태현이 직접 결재하거나 처리해야 하는 건만큼은 비서실 다른 동료들에게 부탁해 돌렸다. 그렇게 일주일이 겨우 조용히 지나가나 싶었는데 윤태현에게서 전화가 왔다. 강유진은 윤태현이 요구한 서류를 들고 대표실로 올라갔다. 서류를 건네고 바로 나가려던 순간, 윤태현이 강유진을 불러 세웠다. “난 회의 들어가야 해. 청아는 혼자 밥 먹는 거 싫어하니까, 네가 여기서 같이 있어.” 그 말에 강유진은 얼굴이 굳었다. 거절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서청아가 익숙하다는 듯 말을 끊어 버렸다. “난 새우를 좋아해. 일단 한 접시 까 줘.” 윤태현은 서재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강유진은 삼키지도 못한 말을 목구멍에 억지로 눌러 넣고 식탁 쪽으로 걸어갔다. 새우 한 접시를 다 까 놓자 이번에는 큰 접시에 담긴 호두와 잭프루트가 올라왔다. “밥 먹고 과일도 좀 먹고 싶어. 근데 도구가 없네? 네가 손으로 해.” 단단한 호두 껍데기와 잭프루트의 날카로운 가시를 보는 순간, 강유진은 가슴이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서청아가 일부러 괴롭히려는 걸 강유진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강유진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호두를 까고 잭프루트를 손으로 뜯어내는 사이, 강유진의 손은 가시에 찔리고 껍질에 긁혀 피투성이가 됐다. 그런데 서청아는 그걸로도 끝내지 않았다. “주방 가서 국 좀 떠 와.” 갓 끓어오른 국은 손끝만 스쳐도 뜨거웠다. 국그릇을 들고나오자마자 강유진의 손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아프고 뜨거워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 강유진 손이 미끄러지는 순간, 끓는 국물이 그대로 강유진 몸 위로 쏟아졌다. 김이 확 올라오자 몇 초도 안 돼 손등에 물집이 여러 개 부풀어 올랐다. 강유진은 살이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강유진은 신음을 삼키려고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그런 강유진의 모습을 보며 서청아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바로 그때, 서재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서청아는 순간 웃음을 거두고 마치 화가 난 사람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태현이가 네가 일 잘한다고 하던데, 국 한 그릇도 제대로 못 들어서 쏟아버렸어? 내 손에도 튀었잖아!” 그 말을 듣자 윤태현이 곧장 달려왔다. “데였어? 어디 보자. 많이 아파?” 서청아는 방금 손을 꼬집어 빨갛게 만든 자국을 윤태현에게 내밀었다. 눈물도 두 방울 억지로 짜냈다. “몇 방울 튄 것뿐인데... 흉터 남을까 봐.” 얼굴이 어두워진 윤태현은 강유진을 향해 참지 못하고 몇 마디를 내뱉었다. “유진아, 왜 일을 이렇게 하는 거야? 청아는 어릴 때부터 곱게 자라서 상처 한 번 난 적이 없어. 국 한 그릇 들라고 했더니 손을 데게 만들어? 왜 그렇게 조심하지 않은 거야.” 윤태현은 그 말까지 하고서야 강유진에게도 상처가 가득하다는 걸 봤다. 윤태현은 더 심하게 몰아붙이지 못한 채, 서청아를 안아 들고 치료하러 나갔다. 문을 나서기 직전, 윤태현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강유진을 보고 낮게 불렀다. “같이 병원 가자. 너도 가서 치료해.” 강유진은 통증을 참고 차에 올랐다. 윤태현은 차를 거칠게 몰았다. 서청아는 윤태현이 연기를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는 듯, 수시로 아파하고 신음했다. 윤태현은 그 소리만 들으면 마음이 급해져 자꾸 서청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윤태현은 맞은편에서 미친 듯이 달려오는 스포츠카를 보지 못했다. 쾅. 두 차량이 정면으로 들이받혔다. 강한 충격에 강유진의 몸이 그대로 옆문 쪽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속이 뒤집히는 듯한 통증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오장육부가 제자리를 잃은 것처럼 아팠다. 뜨거운 피가 솟구치며 시야를 붉게 물들였다. 강유진은 몸이 떨렸고 겨우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윤태현이 서청아를 끌어안은 채 차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흐릿하게 봤다. 멀리서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가까워졌다. 의식이 끊어질 듯 말 듯한 순간, 강유진 귀에 다급한 목소리 두 개가 들려왔다. “선생님, 앞좌석 여성분은 놀라서 기절한 겁니다. 그런데 뒷좌석 부상자는 출혈이 너무 심해요. 지금 바로 병원으로 옮기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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