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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안 돼요. 서청아부터 병원으로 데려가야 해요. 서청아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난 절대 못 견뎌요. 다른 건 다 필요 없어요. 지금 서청아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요!” 윤태현이 다급하게 거의 제정신이 아닌 듯 소리치는 목소리가 강유진이 의식을 놓기 전 마지막으로 들린 말이었다. 끝도 없는 어둠이 밀려와 강유진을 통째로 삼켰다. 강유진은 아주 길고 긴 악몽을 꾼 것 같았다. 악몽에서 빠져나오듯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눈가가 벌겋게 달아오른 윤이안이었다. “유진아, 막 귀국했는데 네 사고 소식부터 들었어. 의사 말로는 출혈이 너무 심해서... 조금만 늦었으면 못 살릴 뻔했대. 진짜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어.” 윤이안을 보는 순간, 강유진이 억눌러 두었던 서러움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 강유진은 눈가가 붉어지더니 결국 윤이안을 꼭 끌어안았다. “괜찮아... 난 괜찮아.” 둘이 얼마나 오래 그렇게 안고 있었는지 몰랐다. 윤이안은 진정이 되자 물을 한 컵 따라 강유진더러 마시게 했다. 그리고 의사가 너무 무거운 이야기 하지 말라고 했던 걸 떠올린 듯 일부러 가벼운 말로 화제를 돌렸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오빠가 널 괴롭히진 않았어? 그리고 너 남자 친구 생겼다며. 언제 나한테 소개해 줄 거야? 내가 제대로 검증해 줄게. 그 자식이 너한테 잘 못 하면, 난 절대 가만 안 둘 거야.” 그 말에 강유진은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 “태현 씨는 일과 사생활 구분이 확실했어. 나한테 막 대하지도 않았고.” 강유진은 잠깐 숨을 고른 뒤, 낮게 덧붙였다. “남자 친구는... 이미 헤어졌어.” 윤이안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는 말에 놀랐다. 강유진이 상처받았을까 봐, 윤이안은 서둘러 분위기를 풀려 했다. “괜찮아. 헤어졌으면 헤어진 거지. 다음 사람은 더 잘해 줄 거야. 난 괜찮은 사람들 많이 알아. 다 소개해 줄게!” 윤이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병실 문이 열렸다. 윤태현이 굳은 얼굴로 들어왔다. “누굴 소개해. 소개하지 마. 이안이가 아는 남자 중에 제대로 된 남자 하나도 없잖아.” 윤태현이 단번에 잘라 버리자 윤이안은 입이 삐죽 나왔다. “무슨 제대로 된 남자가 없다는 거야? 오빠는 말 좀 가려 해. 내가 뭐 바람둥이도 아니고, 연애 몇 번 해 본 정도야. 오빠처럼 서청아 하나만 바라보다가 스스로 묶어 둔 사람만 일편단심인 줄 알아?” 윤이안은 턱을 치켜들고 한 마디 더 얹었다. “그리고 유진한테 남자 친구 소개해 주겠다는데, 오빠가 그걸 왜 간섭해? 그건 오빠 일이 아니잖아.” 그 말이 윤태현의 속을 건드린 듯했다. 윤태현은 목소리에 짜증을 눌러 담았다. “내가 말했지. 소개하지 말라고. 감정은 억지로 붙인다고 되는 게 아니야. 네가 유진한테 괜히 엉뚱한 사람 붙여서 상처만 키우지 마.” 맞는 말이었다. 감정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었다. 강유진은 그 사실을 깨닫는 데만도 4년이 걸렸다. 강유진은 속으로 짧게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다 자조에 가까운 한숨이 새어 나온 쪽이었다. 강유진은 윤이안의 손을 살짝 잡아당겨 진정시키고 표정을 가라앉힌 채 윤태현을 바라봤다. “이안이가 장난친 거예요. 태현 씨는 무슨 일로 왔어요?” 강유진이 멀쩡히 깨어 있는 걸 확인한 윤태현은 그제야 숨을 조금 놓는 듯했다. 윤태현은 본능적으로 강유진을 보러 왔다는 말을 꺼내려다, 입에서 나오는 말을 억지로 바꿔 냈다. “별일은 아니고. 이안가 네 사고 소식 듣고 비행기 내리자마자 병원으로 왔다고 해서... 이안이를 집에 데려가려고 왔어. 겸사겸사 네 상태도 확인하고...” 윤이안은 그 말이 끝나자마자 윤태현을 병실 밖으로 밀어내듯 몰았다. “오빠, 난 밤에 집에 갈 거야. 그러니까 먼저 가. 그리고 유진이가 이렇게 크게 다쳤는데, 오빠는 유진한테 일 시킬 생각하지 마. 지금 업무는 절대 안 돼.” 윤태현은 더 말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 병실에 윤이안과 강유진만 남자, 윤이안은 다시 윤태현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에는 윤태현의 편을 들려는 말투였다. “유진아, 태현 오빠는 말은 저렇게 해도... 너한테 진짜 잘 대해줬어. 간호사가 그러던데, 너 어제 진짜 위험했대. 출혈이 너무 심해서 한참을 못 잡았는데, 오빠가 서울 전역에 연락 돌려서 피를 구해 왔대. 그래서 네가 겨우 살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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