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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그녀비운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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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강청서는 왕부에 머물며 밤낮으로 일했다. 어느덧 열흘이 흘렀다. 그녀가 임시로 온 양가녀라고 생각했고, 또 향시 보려는 거사인 오라버니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수방 내에 있던 사람들은 그녀를 잘 돌봐주었다. 심지어 이총 골목에 잠시 갈 때 자수 담당 사부는 남은 비단을 몰래 건네며 오라버니에게 옷을 지어 드리라고 했다. 강청서는 사양하려 했지만, 포의를 입고 공부하는 오라버니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쓰라렸다. ‘이리 빛나는 비단으로 지은 옷을 오라버니가 입으면 얼마나 우아하게 보일까?’ 비단을 잘 접고 가방에 넣은 뒤, 강청서는 기대를 가득 안은 채 이총 골목으로 돌아왔다. 오라버니가 집에 없었지만, 마당에 새로 세탁한 옷이 널려 있는 것으로 보아 책방에 갔을 것으로 그녀는 생각했다. 반나절밖에 시간이 없는지라 저잣거리로 나가 오라버니를 찾으러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강청서는 음식을 차려놓고 편지를 남긴 후 서둘러 왕부로 돌아왔다. … 왕부에서는 풍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알고 보니 북쪽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섭정왕이 윤세진을 초대하여 연회를 연 것이었다. 만조백관들과 의장대들이 하나둘 왕부로 들어오고 있었다. 물론 이것은 귀인들만의 연회여서 강청서는 시중들 자격조차 없었다. 화려하게 장식된 정원을 흘끗 쳐다보고 돌아서려는 순간, 그녀는 조 집사와 마주쳤다. 그는 강청서를 알고 있었다. 용모가 빼어난 이 여인에게는 스무 살밖에 안 된 거인인 오라버니가 있다고 하인들에게서 들은 바 있었다. 잡일이 많아 땀을 뻘뻘 흘리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던 조 집사가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반가워하며 강청서를 향해 손을 저었다. “어서 날 좀 도와다오.” 그녀가 다가가자, 조 집사는 품 안에서 은자를 한 움큼 꺼내 그녀의 손에 쥐여줌과 동시에 합자를 꺼내며 말했다. “은자는 그대에게 주는 것이니 내 심부름을 좀 해줘야겠소. 귀인들이 지금 서원에서 활쏘기하고 계시오. 이건 대군께서 착용하는 반지이니 그대가 전해주시구려.” ‘서원, 그리고 대군마마라.’ 강청서는 본능적으로 거절하려 했으나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조 집사는 이미 합자를 그녀의 손에 쥐여주고는 다른 별채로 가버렸다. 아마 너무 바쁘다 보니 그녀의 말을 들을 새도 없었겠거니와 자신의 부탁을 거절할 거란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굳어진 얼굴로 복도 한쪽에 서 있던 강청서는 손에 들고 있던 합자를 바라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맨 서쪽 끝에 위치한 서원에서 그녀는 이경원과 함께 5년을 살았던지라 그곳의 모든 것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이번 생에는 그곳에 다시는 발을 들이지 않을 거라 다짐했건만 뜻밖에도 이날이 이리도 빨리 찾아오다니.’ 한참 망설인 끝에 강청서는 서원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전생은 전생일 뿐이니 이번 생과 아무 관계가 없어. 떳떳한 내가 대체 뭘 두려워한단 말인가?’ … 서원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평소 한적했던 사냥터를 공자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말을 달리는 이들, 축국을 하는 이들, 그리고 금의를 차려입은 공자들이 금은보화를 걸고 투호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구경꾼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곳은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고 생각한 강청서는 빠른 걸음으로 사냥터를 지나 2층 높이의 망루 아래에 도착했다. 활을 쏘고 있던 윤세진의 모습을 보고서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윤세진의 옆에 있던 이현익도 호랑이 가죽으로 만든 활을 손에 쥔 채 활시위의 무늬를 매만지고 있었지만, 화살을 시위에 물리지는 않았다. 그는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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