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화
이현익은 마치 우스꽝스러운 구경거리라도 보는 듯 차가운 미소를 머금고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까? 전하께서는 어찌하실 참입니까? 한 번 들어나 봅시다.”
이경원은 울화가 치밀어 올랐으나 임금이라 한들 함부로 이현익을 제압할 수는 없었기에 번뜩이는 시선을 주위로 돌리더니 곧 경성의 귀족 아씨들에 관한 책자 하나를 낚아채 바닥에 던져버렸다.
“오늘은 무조건 골라야 하느니라. 고르기 싫다고 하여도 골라야 한다. 이 책 속 인물 가운데 하나를 기어이 네 측실로 책봉하겠다!”
책자가 땅바닥을 굴러가며 펼쳐졌고 바람결에 장춘부원군 댁이 실린 일곱 번째 장이 스르르 열렸는데 그 안엔 단아하면서도 고귀한 얼굴이 드러나 있었다.
익숙한 얼굴을 본 이현익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낮게 읊조렸다.
“김연희네.”
그 이름을 듣자 이경원의 가슴 한켠에 묻혀 있던 기억이 물밀듯 되살아났다. 어머니께서 늘 언급하시던 김씨 가문의 아씨가 바로 이 이름이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책자 속의 화상을 가리켰다.
“옳다! 짐이 곧 교지를 내릴 것이다. 저 여인을 네 측실로 봉하겠다!”
허나 이현익은 조용히 일어서더니 그 화상을 거침없이 발로 짓밟았다.
“전하, 부디 이쯤에서 그만하시지요.”
그의 눈빛 깊은 곳에는 얼음보다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
이현익의 일생에 있어 여인은 강청서 뿐이었다.
이경원은 오래도록 그를 못마땅히 여겨 왔기에 이현익의 태도에 코웃음을 치며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
“섭정왕은 명심하거라. 짐은 천자고 그대는 신하니라. 임금이 신하를 죽이겠다 하면 죽어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감히 혼인을 명하는 것을 거역하겠다는 말이냐?”
이현익은 그를 힐끗 바라보고는 더 이상 말 섞을 가치도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는 몸을 틀어 전각을 나서며 문턱을 넘는 순간, 싸늘한 말 한마디를 남겼다.
“전하께서 혼인을 명하시겠다 하시니 그렇게 하십시오. 다만 김연희 아씨가 그날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두고 봅시다.”
쾅!
이현익이 떠나자 이경원은 주먹을 들어 책상 위를 세차게 내리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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