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강희천은 조용히 무릎을 굽혀 풀 멍석을 들추었다.
풀 속에 싸인 사내는 쉰은 훌쩍 넘어 보였고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깊게 새겨져 있었다.
온몸은 이미 딱딱하게 굳었고 숨이 끊긴 지도 사나흘은 된 듯했다.
그 얼굴은 아까 마주했던 미숙과 어딘지 닮은 데가 있었다.
그러나 강희천의 눈빛엔 여전히 의심이 남아 있었다.
어딘가 석연치 않다.
그는 조심스레 사내의 손을 펼쳐 보았다.
그러자 눈에 들어온 건, 거칠게 갈라진 굳은살이었다.
하지만 그 굳은살은 손바닥 한가운데가 아니라 손가락의 앞 마디와 엄지와 검지 사이의 살점 위에 집중되어 있었다.
강청서의 말이 옳다면 이자는 성 바깥의 들녘에서 땅을 일구던 늙은 농부여야 했다.
그런 이의 손바닥은 보통 호밋자루와 괭이자루가 닿는 손바닥 중심에 굳은살이 남는다.
하지만 이자의 손은 농기구가 아닌 활을 잡거나 장창을 자주 들던 자의 손이었다.
즉 이자는 농부가 아니라 무인이었다.
강희천의 눈빛이 매섭게 가라앉았다.
그윽한 눈 속에서 차가운 빛이 천천히 피어오르며 번뜩였다.
분명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 자매를 강씨 저택에 들여보냈을 것이다.
그 뒤엔 과연 어떤 꿍꿍이가 숨어 있을까.
강청서와 그는 별다른 벼슬도 없고 재물도 없는 두 남매일 뿐인데 그들이 노릴 만한 것이 과연 있긴 한가?
강희천의 눈빛은 깊어지다 다시 가라앉았다.
잠시 후, 그는 몸을 굽혀 조용히 다시 풀 멍석을 덮어주었다.
계책이 아무리 치밀하다 하여도 언젠가는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지금은 흔들리지 말 것.
괜히 들쑤셔 뱀을 놀라게 해선 안 된다.
반드시 결정적인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야말로 그 뒤에 숨어 있는 손을 뿌리째 뽑아낼 수 있으리라.
...
다음 날 아침.
강청서가 잠결을 밀고 일어났을 무렵, 밖에선 이미 아침상이 한창 차려지고 있었다.
미숙이 바삐 발걸음을 놀리며 마지막 찻그릇을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들어 청서를 바라보더니 손짓하며 말하였다.
“아씨, 상 다 차렸습니다. 어서 드셔요.”
아담한 상 위로 가지각색의 아침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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