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월하는 미숙을 보고는 히죽 웃더니 방금 전까지의 아릿한 기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손으로 만두를 들고선 한입에 덥석 베어 물었다. 그러자 월하는 금세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흐음, 맛있다...”
...
아침 식사를 마친 뒤, 강청서는 서둘러 책 상자를 들고 나섰다.
미숙은 부엌 정리를 간단히 끝낸 후 조용히 강청서를 찾아와 말을 걸었다. 얼굴엔 약간 난처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아씨, 아버지의 시신을 언제까지나 땔감 방에 둘 수도 없는 일이니 오늘 중으로 장삿집을 알아보러 나가려 합니다. 그리고 경성 변두리에 묏자리도 살펴볼까 합니다. 아마 제법 시간이 걸릴 듯하여 미리 말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그 말에 강청서는 문득 정신이 들었다. 미숙이 말하지 않았다면 까맣게 잊고 지낼 뻔했다.
얼굴빛이 살짝 굳더니 이내 민망한 듯 눈을 내리깔고 중얼거렸다. “진작 챙겼어야 했는데. 잊어서 미안하구나.”
그녀는 급히 일어나 장 안의 궤짝을 열고 그 안에서 은전 꾸러미 하나를 꺼내 미숙의 손에 쥐여주었다.
미숙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사이, 강청서는 다시 말했다.
“관이랑 묘지만 준비한다고 끝나는 일 아니다. 장례식도 치러야 하고 부장품도 몇 가지는 있어야 한다. 또 수의도 곱게 맞춰야 하고 풍수 보는 이도 불러야 하니 뭐든 돈이 들 것이다. 우선 이 은전으로 마련하거라. 부족하면 돌아와서 더 받아 가고. 마지막 가시는 길인데 체면 있고 곱게 모셔드려야지.”
...
미숙은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손에 쥔 묵직한 은전을 내려다보았다. 그 따뜻한 정이 묻어 있는 무게가 어째 마음까지 눌러오는 듯 무겁게 가라앉았다.
...
강씨 저택에서 나선 미숙은 곧장 시장으로 향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없는 틈을 타, 조용히 저잣거리를 빠져나와 골목길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강씨 저택 맞은편, 조용히 닫혀 있던 어느 댁의 대문을 두드렸다.
푸른 소나무가 어우러진 정원 뒤편 안채.
이현익은 그 안에서 찻잔을 들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들고 그녀를 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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