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섭정왕부라는 말에 강청서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새파랗게 질렸다.
“섭정왕부를 간다고요?”
‘양면자수를 놓는데 섭정왕부는 왜?’
고관대작의 저택에 들어가 본 적이 없던 강청서가 섭정왕부란 말에 겁먹은 줄로 알고 박복선이 그녀를 위로했다.
“보름 남짓이면 끝날 거니까 너무 겁먹을 필요 없네. 시간이 촉박한 데다 일이 많아서 매일 오가는 건 비효율적이지. 밤에는 왕부에서 자고 낮에는 왕부의 자수 장인들과 함께 일하면 될걸세. 그리고 하루에 열 냥을 준다고 하였으나 다섯 냥을 더해서 하루에 열다섯 냥을 드리겠네. 자, 일단 사흘분을 먼저 받으시게나.”
박복선은 금화 주머니에서 은덩이를 꺼내 강청서의 손에 쥐여주었다.
“하면 내일 나와 함께 왕부로 가는 걸로.”
강청서는 거절하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평생 그 지옥 같은 감옥에 발을 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향시가 코앞이라 그녀는 차마 그러지 못했다.
은덩이가 강청서의 손을 누르자, 눈 밑에 쓸쓸한 빛이 스쳐 지나간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언제요?”
…
이총 골목으로 돌아왔을 때, 오라버니는 오찬을 준비하고 있었다.
푸른색 두루마기는 그의 호리호리한 체형을 더욱 돋보이게 했고, 소매를 팔뚝까지 걷어 올린 모습에서는 문인의 기품이 느껴졌다.
그가 강청서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네가 좋아하는 재료를 넣고 만든 만두이니 맛 좀 보려무나.”
누추한 집이었지만 오라버니의 덕분에 방안에는 온화함이 감돌았다.
눈가가 뜨거워져서 강청서는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려 눈물을 꾹 참은 후,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손을 씻은 뒤, 오라버니 곁에 앉아 지금까지 먹었던 중에 가장 맛있는 오찬을 먹었다.
설거지할 때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운하 건너편에 있는 자수방에서 일거리를 구했습니다. 하루에 세 냥을 주는데, 궁의 귀인들이 입을 옷을 급하게 지어야 해서 밤에도 일해야 한답니다. 아마 자수방에서 지내야 할 것 같아요.”
강희천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은자 걱정은 하지 말래도 그러느냐? 지난번 신 도령이 나를…”
“아니 됩니다!”
강청서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오라버니의 꿈은 청렴한 관리가 되는 것이 아닙니까. 많은 귀족이 끌어들이려 했지만, 오라버니는 모두 거절하시고 지금까지 버텨오셨잖아요. 향시가 달포 밖에 남지 않았으니, 그들과 술자리를 가지시면 아니 됩니다.”
강희천이 무언가 말하려고 입을 열려는 순간, 강청서는 갑자기 그릇을 내려놓고 눈시울이 붉어진 채 그를 바라보았다.
“오라버니가 저를 집에 가두어 놓으면 그날 밤 일이 자꾸 떠올라서 그럽니다. 밤낮으로 바느질에 몰두하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할지도 몰라요.”
마치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 온몸이 차가워지더니 강희천은 뼛속까지 스며드는 고통이 느껴졌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던 그의 손바닥에는 손톱자국이 선명하게 보였고, 준수했던 얼굴의 근육이 떨리며 핏줄이 드러났다.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다시 눈을 뜬 그는 강청서에게 예전처럼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가 정 가고 싶다면 그리하거라. 단 사흘에 한 번씩은 집에 와야 한다.”
“예.”
짧게 답한 뒤에 그릇을 움켜쥔 채 허둥지둥 도망치듯 자리를 뜬 강청서가 문턱을 넘는 순간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미안합니다. 오라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