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화
이현익은 심호흡을 하며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켰다.
강청서는 그를 업고 거의 끌다시피 별채를 나섰다.
손님을 위해 마련한 방들은 이미 가득 찼고, 곧 의원도 와야 했기에 강청서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를 서재로 데려갔다.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풍기는 맑은 비누 향이 그의 뺨을 스쳤다.
강청서에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현익은 살짝 눈을 떴다. 차가운 눈빛에는 부드러움과 사랑이 가득했다.
이 자세는 어린 시절 동굴에서 보냈던 따스한 시간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앞을 볼 수 없었고 손발에는 울긋불긋한 상처가 가득해 걷는 것조차 힘겨웠다.
그런 그를 그녀는 햇볕을 쬐고 바람을 쐬도록 동굴 밖 주춧돌에 업고 나와 앉아 있곤 했다.
그렇게 가냘프고 연약한 어깨인데도 그녀는 그 어깨로 그를 짊어졌다. 그 어깨 위에는 그의 삶의 모든 온기와 사랑이 담겨 있었다.
세월이 흘렀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장성한 후에도 그녀에게 업히는 어리광을 부리게 될 줄은 몰랐다.
가까이에서 보이는 그녀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옆얼굴을 바라보며 그는 언젠가 자신이 그녀를 업을 날을 상상했다...
쾅!
문이 열리고 강청서는 힘겹게 그를 대나무로 만든 침상에 눕혔다.
대나무는 차가웠다. 강청서는 그의 얼굴에 맺힌 땀을 닦아 주고 한숨을 쉬며 돌아서서 이불을 가져와 그에게 덮어 주었다.
하지만 이불을 덮어 주려던 순간, 발목에 무언가 걸렸다.
“앗...”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강청서의 몸이 기울어지며 이현익의 위로 쓰러졌다.
동시에 그녀의 부드럽고 따뜻한 입술이 그의 차갑고 얇은 입술에 닿았다.
입안 가득한 술기운이 서로의 숨결에 섞여 퍼져 나갔다.
강청서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일어서려고 했지만 너무 당황한 나머지 발이 미끄러지면서 그의 품 안으로 완전히 쓰러졌다.
“으...”
이마가 이현익의 가슴에 세게 부딪혔고 천둥처럼 크게 울리는 그의 심장 소리가 들렸다.
그의 따뜻한 체온과 술 냄새는 마치 겨울의 난로처럼 그녀를 감쌌다.
왠지 모르게 강청서는 주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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