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의원은 한참 후에야 도착했다. 이현익의 맥을 짚어 본 의원의 얼굴은 매우 심각했다. “이전에 다른 의원이 얘기해 주지 않았소? 이 환자는 술을 마시면 절대 안 되는 체질이오.” “한두 잔은 괜찮지만 이렇게 많이 마시면... 목숨이 위태롭소!” 그는 해장국 그릇을 든 강청서를 나무랐다. “해장국을 먹인다고 무슨 소용이 있소? 심화가 왕성하고 담열이 기혈 순환을 막고 있는데. 가서 팥과 참외 꼭지를 구해 오시오. 마신 술을 토해내야 하오!” “빨리 조치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하오!” 강청서는 그 말에 얼굴빛이 변했다. 만약 이현익이 이 집에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오늘 이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무사하지 못할 것이었다. ‘술도 못 마시면서 괜히 허세는 왜 부려. 고작 체면 때문에 우리만 고생이네.’ 강청서는 화도 나고 답답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는 마음으로 약방 아이를 따라 서재를 나갔다. 토하게 하는 약을 먼저 찾아오려는 참이었다. 서재 안. 나이 지긋한 의원이 약상자에서 은침을 꺼내 이현익에게 침을 놓으려던 찰나, 정신을 잃었어야 할 남자가 눈을 뜨고 차가운 눈빛을 드러냈다. 그는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라 열이 나고 있었고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지만 쉰 목소리로 말했다. “말투에 주의하게. 그녀를 놀라게 하지 말고.” 의원은 깜짝 놀랐다. 지금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인데, 저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있는가! 하지만 그의 신분을 생각하여 의원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의 쉰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리고 진료비는 돈으로 말고 강 낭자한테 ‘묘수회춘’ 글씨를 써달라고 하게. 그걸 섭정왕부에 보내면 내가 후하게 보답하겠네.” 의원은 울상을 지었다. “대군, 그런 건 신경 쓰지 마시고 제발 침 좀 맞으십시오. 침을 맞지 않으면 강씨 가문 전체가 대군 때문에 큰일 납니다.” 이현익은 그제야 순순히 눈을 감고 정신을 잃었다. ... 밤새도록 난리가 났었다. 어젯밤 강 씨 저택에서 술을 마시고 잠든 사람들이 하나둘씩 깨어났다. 가장 먼저 잠에서 깬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