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김연희도 황급히 방석에서 일어나 옆으로 가 무릎을 꿇고 예를 올리며 간언했다.
“전하,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 옥체 보존이 우선이시옵니다...”
김연희의 말에 이경원은 앞서 그녀에게 호언장담했던 일이 떠올라 분노 속에 말할 수 없는 수치심이 밀려왔다.
“염려 마시오... 짐이 반드시...”
과연 섭정왕에게 김연희를 측비로 맞게 할 수 있을까?
불가하다... 이제는 아예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데, 어찌 더 이상 강요할 수 있겠는가!
평범한 여자라면 섭정왕과의 싸움에 휘말려 죽는다고 해도 뒤늦게라도 집안을 극진히 예우해 준다면 그 죽음도 의미 없는 건 아니었을 것이다.
이게 바로 요즘 대신들께서 그에게 가르쳐주신 성군의 도리였다.
허나 선녀 같은 그녀를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었다.
“짐은 그자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오!”
이경원은 꾹꾹 눌러왔던 분노를 간신히 한 마디로 토해냈다.
다시 김연희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그자의 고집이 그리 굳셀 줄은 예상치 못했소. 천생연분이라 여겨 혼인을 추진했건만 짐이 경솔했소.”
“며칠 후에 관상감을 시켜 자네 두 사람의 궁합이 서로 어긋난다 공표하게 하겠소. 그리고 짐이 직접 나서 혼약을 파기할 것이오. 그리하면 되겠소?”
김연희의 눈에 잠시 실망의 빛이 스쳤고 마음은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경성 안 혼기에 이른 사내들 중 이현익은 권력이나 용모, 어떤 면에서든 으뜸이었다.
게다가 그는 오롯이 혼자라 부모 형제 없으니 혼인 후 시댁의 규율이나 번거로움도 훨씬 덜할 터였다.
댁에 들어서는 순간 안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섭정왕부와의 혼사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섭정왕부와의 혼사가 무산된 지금, 다른 명문가 자제와 혼인해 얽히고설킨 귀족 집안에 들어가야 한다니, 앞으로 생길 골치 아픈 일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지쳐버릴 지경이었다.
이럴 바엔 차라리 혼인을 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아뢰었다.
“전하, 관상감에게 신녀의 사주가 워낙 강해 혼인에는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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