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화
그는 강소희가 돈을 빌리려고 하는 줄 알았다.
정말 부탁한다면 어느 정도는 빌려줘야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집도 너무 가난하다는 것이었다.
80년대에 농민 소득이 낮다고는 하지만 40년이 지나도 농민은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이 떠난 뒤, 이대철은 아내랑 강소희에 대해 칭찬했다.
“애가 참 철이 들었어.”
아내는 그를 흘겨보며 한마디 했다.
“뭐야? 담배 두 갑에 넘어간 거야? 우리 집 당나귀가 고생하는 건 생각도 안 해?”
그러나 이대철은 담담한 얼굴이었다.
“김태하가 당나귀를 절대 굶기지 않을 거야.”
이대철의 아내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두 묶음 가득한 풀을 보니 정성을 다해 챙겨준 것 같았다.
돌아가는 길에 김태하의 시선이 무심코 강소희를 스쳐 지나갔고 강소희는 걸음을 멈추고 당당하게 남자의 눈을 쳐다보았다.
“할 얘기 있으면 해요.”
자신이 예쁘게 생겼다면 김태하가 훔쳐봐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몸 주인의 이런 모습은 그녀조차도 거울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김태하가 그녀한테 관심이 있다고 하면 절대 믿을 수 없을 것이다.
“별건 아니고. 당신이 아저씨한테 담배를 사다 줄 줄은 몰랐어.”
김태하는 그녀가 장인어른한테 담배를 사준 거라고 착각했다고 설명했다.
“당연한 일 아닌가요? 공짜로 계속 수레를 사용할 수는 없죠. 앞으로 며칠 동안 장사가 순조롭게 잘될지 안 될지는 이 수레에 달려 있다고요.”
세바퀴 자전거를 사서 장사를 하고 싶었지만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아빠의 병원비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전거를 살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김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주제 파악이 안 되었다면 그의 눈빛을 보고 김태하의 마음이 오해했을 것이다.
“얼른 돌아가요. 오늘은 일찍 쉬어야죠. 내일 또 장사를 해야 하는데.”
말을 마친 그녀는 남자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김태하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강소희를 보며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
“여보. 한번 꼬집어 봐.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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