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송지안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문을 닫고 떠났다.
그 모습에 임우진은 멍하니 굳어버렸다.
그녀가 정말로 이렇게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릴 줄은 몰랐다.
“우진 오빠, 지안 언니가 정말 화난 것 같아요. 가서 달래줘요.”
달래라는 말에 순간 당황했다.
그동안 임우진은 높은 자리에 오래 있었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의 눈치를 보며 살았다.
그가 고개를 숙이고 송지안을 달래러 갈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한때 그가 가장 비참하고 무력했을 때의 모습을 본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그때의 자신이 너무나 혐오스러웠고 그 감정은 곧 옆에 있던 송지안에 대한 혐오로 번졌다.
그녀는 따뜻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고 명예로운 직업을 가졌으며 언제나 절제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반면 그는 진흙탕 속을 기어 나와 지금의 자리에 오른 밑바닥의 쥐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강아름이라는 여자가 나타났을 때 깨끗하고 자신처럼 고통을 겪은 사람이 나타나자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 감정 속에서 배신을 선택했다.
임우진은 강아름이 자신을 올려다보며 보내는 숭배의 시선 그리고 송지안과는 정반대인 뜨겁고 적극적인 태도를 즐겼다.
그는 침대 위에서 여자의 열정과 아첨을 즐기며 짧았던 부부의 정은 아주 쉽게 내던졌다.
게다가 강아름은 예전에 그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는 후회하지도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히 받아들였고 심지어 송지안이 그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믿게 만들 방법까지 생각해냈다.
그는 송지안도 물론 사랑했다.
하지만 그 사랑은 젊은 날의 호감이 낳은 책임감일 뿐이었다.
협력사 사람들이 종종 말하듯 집 꽃이 아름다우나 들꽃만큼 향기롭지는 않은 그런 사랑이었다.
“달랠 필요 없어. 이건 원래 송지안 책임이야.”
송지안이 문을 밀고 나가던 순간 임우진은 잠깐 그녀를 쫓아가 달래야 할지 고민했지만 최근 그녀의 행동들을 떠올리자 그 생각은 사라졌다.
그녀는 너무 제멋대로였다.
이대로 두면 더 심해질 뿐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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