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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정이현은 휴대폰을 손에 쥔 채 그대로 굳어 있었다. 귓가에 울려 퍼지는 짧은 ‘뚜뚜’ 소리가 마치 자신의 심장이 멎어버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론던스의 가을은 늘 그렇듯 비가 잦고 공기는 축축하며 차가웠다. 그 스산한 공기처럼 정윤재의 마음속에도 얼음 같은 냉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몇 달이 흘렀지만 그는 마치 먹잇감을 추적하는 사냥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그녀를 뒤쫓았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녀를 다시 붙잡으려 했다. 값비싼 보석, 한정판 스포츠카의 열쇠, 하루도 빠짐없이 배달되는 거대한 꽃다발, 최고급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려 준비한 촛불 만찬까지. 심지어 그녀의 아파트 앞바닥에는 장미꽃잎을 깔고 밴드를 불러 사랑 노래를 불러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화려한 수법들은 예우미 앞에서 하나같이 우스운 코미디로 전락했다. 처음엔 냉담했던 그녀의 눈빛이 이내 노골적인 혐오로 변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그마저도 사라졌다. 그녀에게 그는 이제, 불쾌한 공기 한 조각, 시야를 가리는 돌덩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는 단 한 번의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그가 준비한 ‘깜짝이벤트’를 피해 걸음을 옮겼고 그가 건넨 값비싼 선물들은 주저 없이 쓰레기통에 던져졌다. 그녀의 얼굴엔 일말의 흔들림조차 없었다. 그 완전한 무시와 냉담함은, 마치 무딘 칼로 그의 자존심을 서서히 도려내는 것 같았다. 어릴 적부터 모든 시선을 독차지하며 살아온 그의 자만심은 그 앞에서 처참히 짓밟히고 있었다. 정윤재는 점점 불안해지면서 공허한 분노가 쌓여 갔다. 그의 손에 닿는 것들은 무엇이든 부서졌다. 값비싼 골동품 화병이 여럿 산산이 깨졌고 부하가 사소한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폭풍 같은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는 잠을 이루지 못했고 잠들기 위해선 술을 들이켰다. 분노와 피로가 뒤엉킨 그의 일상은 서서히 끝도 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도대체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그는 텅 빈 방 안에서 수없이 포효하며 벽을 내리쳤다. 그 어떤 여자에게도 이렇게까지 마음을 쏟아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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