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화
차유나는 이를 부르르 떨며 가엾은 표정으로 낮게 애원했다.
“준혁 씨, 화내지 마... 우리 얘기 좀 들어주면 안 될까?”
강준혁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뼈 마디가 선명히 드러나는 손가락으로 담배를 집어 무심하게 입에 물었다.
연기가 천천히 피어올라 번지며 그의 날카로운 이목구비를 흐릿하게 가렸다.
차유나는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굳혔다.
강준혁을 안 지 벌써 5년이 넘었지만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모든 사람에게 강준혁은 침착하고 냉정한 남자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자기 절제력과 인내심을 지녔고 항상 절대적인 정신을 유지하며 모든 것을 통제하는 승리자였다.
신경을 마비시키는 담배나 술 따위는 그에게 결코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차유나의 눈앞에서 강준혁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충격과 혼란에 그녀는 숨을 삼키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강아름 때문인가... 아니면 설마 안신혜, 그 기지배 때문인가?’
강준혁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에서 붉게 타오르는 담배불이 희미하게 빛났다.
고귀하고 잘생긴 얼굴과 어우러져 섬뜩하면서도 사악한 기운이 배어 나왔다. 눈꼬리에는 짙은 살기가 번뜩였고 비스듬하게 굳은 입술로 차갑게 비웃었다.
“얘기? 차유나, 내가 강씨 본가에서 했던 말, 벌써 잊은 거야?”
차유나의 얼굴은 공포와 경악으로 가득 찼다. 스스로를 변호하려 애쓰며 말이 꼬였다.
“아, 아니야, 준혁 씨. 그런 게 아니야.”
“할아버지가 아름이를 너무 그리워하셔서 최근에는 건강까지 안 좋아지셨거든.”
“난 그냥 할아버지가 걱정돼서... 준혁 씨도 할아버지 건강 문제 생기는 거 원치 않잖아. 그래서 엄마랑 같이 아름이를 데리러 온 거야.”
“잠깐 데려가서 할아버지 좀 안심시켜 드리려고 그런 건데...”
말이 엉키고 억지로 상황을 모면하려 애쓰는 차유나의 모습에 양진성은 이를 악물며 날카롭게 외쳤다.
“아가씨를 데리러 왔다고요? 뺏으러 왔다는 게 맞죠. 아가씨를 거의 죽일 뻔했으니까요. 그쪽들은 백 번 죽어도 모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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