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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송하영은 계속해서 안재희에 관해 설명했다. “안재희가 이렇게 너를 노리는 이유는 바로 차주한 때문이야. 듣자 하니 이 두 사람의 관계가 보통이 아니래. 안재희도 차주한의 스타 엔터에 소속되어 있다더라. 네가 귀국하고 나서 차주한이 노골적으로 너한테 애정 표현을 했잖아. 아마 그것 때문에 안재희가 화났나 봐. 이렇게 네 물건을 빼앗으며 너한테 본때라도 보여주고 싶은 거겠지. 신혜야, 연예계가 결국 넓은 건 아니잖아. 안재희가 앞으로 연예계에서 너를 억압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 송하영의 말에 안신혜의 눈에는 한 줄기 차가운 빛이 스쳤다. ‘억압?’ 안신혜는 어떻게 하면 안재희가 그녀를 찾아오게 할지 고민하고 있던 참이라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다만, 안재희가 차주한 때문에 이렇게 빨리 움직일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뿐이었다. 이번에야말로 어떻게든 혼을 내줘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던 안신혜는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알았어. 어르신께 드릴 주얼리는 이미 빼앗겼으니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게. 그 외 다른 일에 대해서는 나도 계획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얼른 와서 오디션장으로 데려다줘.” 안신혜가 전화를 끊을 무렵 강아름과 대화를 마친 강준혁은 마침 그녀의 말을 듣고 차가운 표정으로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강아름은 작은 손을 흔들며 안신혜를 향해 소리쳤다. “이모, 아침 먹어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안신혜는 무심코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강아름을 돌보며 달래주는 강준혁을 바라봤다. 평소 고귀하고 냉철하며 함부로 범접할 수도 없는 강준혁이지만 강아름을 돌봄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세심하고 다정했다. 안신혜는 문득 강아름의 친모는 어디에 있는지, 왜 강준혁이 혼자 딸을 키우고 있는 건지 궁금해졌다. 아침 식사가 막 끝날 무렵,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양진성이 손에 블랙 골드로 되어 있는 쇼핑백 하나를 들고 직원들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섰다. 강준혁이 양진성 더러 물건을 안신혜한테 전해주라고 눈짓했고, 이어서 쇼핑백을 열어 검은 벨벳으로 되어 있는 주얼리 상자를 본 안신혜는 의아한 눈빛으로 강주혁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에 강준혁은 느긋하게 서서 담담하게 말했다. “아까 통화할 때 들으니 어느 어르신께 드릴 선물을 빼앗겼다고 하길래. 이건 어젯밤 강아름을 돌봐 준 것에 관한 사례라고 생각해.” 비취 주얼리 세트는 한눈에 봐도 옥 재질이 매우 좋아 보였고 가격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안신혜가 눈썹을 치켜든 채 받을지 말지 고민하자, 그녀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강주혁은 냉소를 지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에 안 들면 버려도 돼. 네 거니까 마음대로 처리해.” ‘버리라고?’ 안신혜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돈이 남아도는 것도 아니고 이 귀한 걸 왜 버려? 어르신께 드릴 선물을 다시 고를 필요도 없고 잘됐네.’ 안신혜는 주얼리 상자를 닫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고맙게 잘 받을게요.” 그녀의 감사 인사에 강준혁은 별다른 반응 없이 담담했지만, 옆에서 듣고 있던 양진성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입을 삐죽거리며 생각했다. ‘안신혜라는 이 여자, 예상대로 돈만 밝히는 계산적인 여자였네. 겨우 하룻밤 만에 대표님한테 이렇게 큰 관심을 받고 또 이렇게까지 차별 대우를 받다니.’ 양진성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가씨의 친모와 같은 이름을 사용하니까 이런 대우를 받는 거지. 그런 게 아니라면 강 대표님이 이렇게 뻔뻔하고 돈만 밝히는 여자에게 관심을 가질 리가 없잖아. 만약 진짜 안신혜 씨가 계신다면 강 대표님과 아가씨도 이 여자한테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을 텐데.’ ... 안신혜는 아파트에서 나와 직접 차를 몰고 노블 엔터테인먼트로 향했다. 그녀가 이번에 귀국한 진짜 목적은 복수였고, 표면적인 이유는 영화 [천궁]의 여주인공으로 초청받았기 때문이었다. [천궁]의 제작사는 노블 엔터테인먼트였고 유명 감독 송승현이 연출을 맡았다. 따라서 많은 여배우가 이 영화의 여주인공 역할을 노리고 있었다. 안신혜가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바로 감독 송승현과 역할 및 촬영에 관한 일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한 시간 뒤 노블 엔터테인먼트의 오디션장 안. 오늘은 두 번째 여주인공과 기타 조연도 정해야 했기에 오디션을 보러 온 연예인들이 꽤 많았다. 화려하게 꾸민 다른 여자 연예인들과 달리 안신혜는 연한 화장을 한 채 선글라스를 끼고 한적한 곳에 서서 의도적으로 존재감을 낮추었다. 모여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던 송하영은 안신혜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굳이 여기서 기다릴 필요 있어? 송승현한테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할까?” 안신혜가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멀지 않은 곳에서 갑자기 한 여자의 비난 소리가 들려왔다. “쳇, 안신혜가 뭐라도 돼? 겨우 국제 영화제에서 상 하나 받았을 뿐이잖아. 듣자 하니 외국에서 7, 8명의 남자와 관계를 했다던데 그 상도 어쩌면 그런 관계를 통해 얻은 것인지 누가 알아.” 이 여자의 목소리는 뼛속까지 스며들 만큼 익숙했고, 그 깊이는 마치 영혼에 새겨질 만큼 각인되어 있었다. 안신혜에게 이 목소리는 가장 소름 끼치는 악몽이자, 아무리 떨쳐내려 해도 그녀를 집요하게 괴롭히는 그림자 같은 목소리였다. 안신혜가 굳은 표정으로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바라보자, 맞은편에 네다섯 명의 여자 연예인들이 모여있었고 그 중심에는 과하도록 짙은 화장한 여자가 서 있었다. 그녀의 얼굴을 본 안신혜는 갑자기 심장박동이 빨라졌고,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5년 전 피로 얼룩진 시야 사이로 보았던 마지막 그 얼굴, 바로 안재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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