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하, 안재희도 오디션 보러 온 거야?’
전화를 마친 송하영은 옆에 있던 안신혜의 분위기가 평소와 달리 드물도록 날카롭고 차갑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래?”
안신혜가 아무 말도 없이 한 곳을 응시하자, 송하영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눈길을 돌렸다.
그곳에는 안재희와 그녀의 주변 인사들이 모여있었다.
송하영은 흠칫 놀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완전히 악연이 따로 없네. 안재희가 [천궁] 오디션에 왔을 줄이야. 설마 여주인공 역할을 바라는 건 아니겠지?”
안신혜는 정신을 차리고 꽉 쥐었던 두 손을 풀며 냉랭하게 말했다.
“그런 거라면 크게 실망하겠네.”
안신혜의 말에 송하영은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연히 그렇겠지.”
맞은편 여자들의 대화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거만하고 난폭했던 안재희는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높은지, 주변 사람들이 듣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고 있었다.
“귀국하고 국내에서 활동을 해봤자 뭐 달라질 게 있겠어? 기껏해야 삼류 연예인일 뿐이지. 국내에서 톱스타를 꿈꾸면서 [천궁]의 여주인공을 하겠다고? 국내 연예계가 해외랑 같다고 생각하나 본데, 꿈도 꾸지 말라 그래.”
옆에서 안재희의 말을 듣고 있던 한 후배가 급히 아첨하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그 여자는 일단 팬도 없고 회사에서 밀어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아마 얼마 못 가서 결국 흐지부지되다가 완전히 묻혀버리겠죠. 그때가 되면 쪽팔려서 다시 외국으로 도망칠걸요.”
다른 이들도 따라서 호응했다.
“맞아요. 어떻게 언니랑 비교할 수가 있어요. 언니한테는 일단 스타 엔터가 뒤를 봐주고 있고 차주한이라는 약혼자도 있는데.”
“언니가 가장 핫한 연예인이죠. 올해의 씨네리움 영화제 여우주연상도 분명 언니가 차지할 거예요.”
아첨하는 소리에 기분이 좋아진 안재희는 어깨를 으쓱이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때, 한 여자 연예인이 빈정대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제가 듣기로는 차주한이 안신혜에게 굉장히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고 하던데요? 최근 별의별 소문이 다 돌았잖아요. 차주한이 400억을 주면서 안신혜를 스타 엔터에 영입하려고 했다던데 혹시 몰랐어요? 어머, 나중에 안신혜와 안재희 씨가 스타 엔터에서 최고 여배우 자리를 두고 다투는 거 아니에요?”
약점이라도 들킨 듯 안재희의 웃음은 순간 사라졌고 눈빛도 어두워졌다.
옆에 있던 몇몇 여자 연예인들은 이 말을 듣고 각기 다른 표정을 지었고, 어떤 이는 흡족해하는 눈빛을 드러내기도 했다.
속이 새까맣게 물들어 가던 안재희는 손아귀를 꽉 움켜쥐었다.
5년 전에는 의붓여동생이었던 안신혜가 그녀를 적대했는데, 5년 후에는 또 같은 이름 같은 성을 가진 안신혜가 나타났다.
그녀는 정말 이 이름이 극도로 싫었다.
‘대체 어떤 천한 년이 감히 차주한을 유혹하는 거야! 어떤 년인지 한번 두고 봐야겠어!’
안재희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참나, 그런 말은 누구한테서 들은 거예요? 그냥 파파라치 기자들이 쓴 소문일 뿐이에요. 안신혜처럼 아무것도 아닌 연예인들이 우리 주한이를 이용해 관심을 끌려는 거죠. 설마 그걸 진짜로 믿은 거예요?”
경멸스러워하는 안재희의 어조에 그녀를 따르던 후배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안신혜를 헐뜯는 그녀들의 말에 송하영은 냉소를 지으며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신혜야, 나는 원래 국내 연예인들이 수준이 높은 줄 알았거든? 그런데 예상 밖으로 모두 이렇게 저속하고 수준 낮은 여자들일 줄 몰랐어. 저런 수준에 감히 너랑 비교하는 거야?”
송하영의 비꼬는 말은 아주 선명하게 맞은편 무리에게까지 전해졌다.
끊임없이 지껄이던 조연 여배우들은 즉시 화가 나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송하영을 발견한 그녀들은 순간 당황한 눈빛으로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안재희도 구겨진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려 안신혜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