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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공기가 순간적으로 얼어붙은 듯했고 오디션장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모든 사람의 놀란 시선이 한곳으로 집중되었다. 안신혜가 천천히 선글라스를 벗자, 옅은 화장에도 누구보다 화려하고 우아한 그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녀는 도자기처럼 하얀 손가락으로 선글라스 다리를 만지작거리며, 무심하게 고개를 들었다. 한겨울밤의 달빛보다도 더 맑고 차가운 그녀의 눈빛이 안재희를 향해 던져졌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우아한 그녀의 기품은 오디션장에 모여있는 다른 연예인들과는 확연히 달라 보였다. “헉.” “세상에.” 주변에서 놀라며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뚜렷이 들려왔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안신혜의 얼굴에 고정되었고 모두가 경악했다. 당황하던 안재희는 금세 정신을 차렸고 이내 질투와 증오심으로 얼굴이 구겨졌다. 곁에 있던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맙소사! 제가 잘못 본 게 아니겠죠? 저 여자가 안신혜에요?” “안신혜도 [천궁] 오디션을 보러 왔나 보네요? 안재희랑 여주인공을 겨루는 건가? 이제 재미있어지겠네요.” “흠... 아마도 여주인공 자리만 따려는 게 아니라 남자도 빼앗으려는 것 같은데요.” “얼굴이 너무 예쁘네요. 실물이 화면보다 훨씬 낫잖아요. 차주한이 반할 만하네요. 저러니까 400억을 주면서까지 계약하려 했겠죠.” “쳇, 이렇게 비교해 보니 기품이든 얼굴이든 안재희는 안신혜 앞에서 확실히 수준이 낮아 보이네요.” 여기저기 들려오는 안신혜를 칭찬하는 말에 안재희는 두 주먹을 꽉 쥐었고, 과하게 치장되어 있던 화장도 점점 일그러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분노를 알아차린 후배들이 안재희의 체면을 세워 주려는 듯 허둥지둥 나서며 사나운 표정으로 송하영을 노려보고 말했다. “당신 뭐예요? 지금 누구더러 저속하고 수준 없다는 거예요? 그쪽이 뭔데 이런 자리에서 감히 그런 말을 해요?” 송하영은 비웃음을 날리며 말했다. “딱히 누구라고 이름을 말한 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 발끈하며 화를 내는 거죠? 스스로 자신의 수준이 낮다는 걸 잘 아나 보네요?” 여배우는 얼굴빛이 급격히 어두워지며 말했다. “뭐라고? 감히 지금 누구한테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화가 치밀어 이성까지 잃은 그녀는 몇 걸음 다가가더니 자신이 있는 장소가 어떤 곳인지 아랑곳하지 않고 송하영의 뺨을 때리려고 손을 들었다. 하지만 안신혜 옆에서 5년 동안 매니저로 일하며 단 한 번의 손해도 본 적이 없었던 당돌한 송하영이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일개 여배우한테 당할 리가 없었다. 눈썹을 치켜올리던 송하영은 빠른 속도로 여배우의 손목을 잡아채고는 이내 오른손을 들어 여배우의 뺨을 내리쳤다. 찰싹! 뺨 때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오디션장에 울려 퍼졌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여배우는 몸을 비틀거렸고, 그녀의 얼굴에는 곧 다섯 개의 뚜렷한 손가락 자국이 생겨났다. 배짱 두둑한 송하영의 행동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노블 엔터테인먼트에서 안재희를 추종하는 후배를 때린다는 것은 바로 안재희 본인을 때린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멍하니 있던 여배우는 정신을 차리고 얼굴을 손으로 감싸안으며 송하영을 바라보았다. 억울하고 분했지만, 당당한 송하영의 표정에 그녀는 더 이상 난동을 부리지 못한 채, 불쌍한 표정으로 안재희를 바라보며 소리를 질렀다. “재희 언니!” 안신혜가 정면으로 도전할 거라고 예상도 못 했던 안재희 역시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안신혜 이 년, 절대 가만 안 둬!’ 안재희는 즉시 놀란 표정을 지으며 걱정하는 척 여배우를 붙잡고 말했다. “진서우, 괜찮아?” 말을 마친 안재희는 송하영을 향해 질책을 날렸다. “지금 여기가 어떤 곳이라고 사람을 괴롭히는 거야?” 안신혜는 이내 송하영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옆으로 끌어당기고는 안재희를 흘끗 보고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방금 누가 먼저 손을 들었는지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똑똑히 봤을 텐데? 그 사람이 자업자득이지, 내 매니저는 정당방위였어.” 화가 치밀어 오른 안재희는 이를 악물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당방위?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이곳에서 손찌검해? 제작사와 감독이 너한테는 신경도 안 쓰이는 존재인가 봐? 여러분,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예요? 어서 가서 송 감독님과 제작사에 알리세요. 안신혜가 주제도 모르고 행패를 부리고 여배우한테 손찌검까지 했는데 이곳에는 왜 나서서 제재하는 사람 하나 없는 거예요!” 안재희는 분노가 치밀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모든 잘못을 오로지 안신혜한테 뒤집어씌웠다. 송 감독이 이 상황을 알게 된다면 안신혜는 반드시 노블 엔터테인먼트의 미움을 받을 것이고 안재희는 이 기회를 빌려 안신혜를 오디션에서 쫓아내려는 심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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