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17화

송하영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미친놈이라니? 일단 강씨 가문과 강준혁에 관해 설명해 봐.” 안신혜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송승헌을 바라보았다. “강씨 가문은 해성에서 그저 돈이 있는 보통 집안과는 차원이 달라. 해성 경제를 살릴 정도의 재력에 권력까지 갖추고 있어. 다만 강씨 가문 사람들은 그다지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을 뿐이지. 그중에서도 가장 조용하고 신비로운 존재는 현재 강씨 가문을 이끄는 강준혁이야. 어린 나이에 강씨 가문을 물려받았는데, 불과 몇 년 만에 무자비하고 냉철하게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강씨 가문을 몇 배나 확장했어. 지금은 해성에서 사람들이 입에 올리기만 해도 질색하는 존재가 된 거지.” 안신혜가 물었다. “그러면 능력 있는 사람 아니에요? 왜 미친놈이라고 하는 거죠?” “들리는 바에 따르면 5년 전 강준혁이 죽은 한 여자를 위해 해성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을 죽일 뻔했다고 해요. 그때 많은 사람들이 연루됐었거든요. 그때부터 사람들은 조용하기만 하던 강씨 가문이 숨겨둔 세력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된 거죠.” 깜짝 놀란 안신혜는 입술을 깨문 채 생각에 잠겼다. 5년 전 안신혜는 안재희 때문에 중상을 입고 이미 해성을 떠난 상태라 송승현이 말하는 이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죽은 여자가 강아름의 친모일 거라는 추측은 할 수 있었다. 강준혁처럼 냉철한 남자가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정도였다는 건, 그 여자를 매우 사랑했다는 걸 설명했다. 송승현은 께름칙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어쨌든 강씨 가문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요. 강준혁이 다음에는 또 무슨 일에 미칠지, 또 어떻게 해성을 뒤집어놓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죠.” 송하영이 탄식했다. “해성에 이런 일이 있었다니... 우리는 강씨 가문과는 아무 관련도 없어서 다행이네.” 잡담을 마친 송하영은 가방에서 벨벳 상자를 꺼내 송승현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건 신혜가 어르신께 드리는 생신 선물이야. 며칠 후 생신 잔치 때 직접 찾아뵙도록 할게.” 송승현은 두 손으로 상자를 받으며 말했다. “알았어. 내가 잘 전해줄게.” 송승현이 들고 있는 물건을 강준혁이 준거라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진 안신혜는 벨벳 상자를 흘끗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 같은 시간, 분노가 치밀대로 치밀어 오른 안재희는 노블 엔터테인먼트를 뛰쳐나오며 안신혜한테 온갖 욕설을 다 퍼부었다. 안씨 가문 아가씨에 약혼자는 차승 그룹 차주한이었던 안재희가 지금까지 연예계 바닥을 쥐락펴락하며 자기 마음대로 휘둘러 봤어도 이런 모욕을 당해보는 건 난생처음이었다. 강렬한 증오와 분노는 마치 독사가 그녀의 심장을 갉아 먹는 듯 고통스럽게 다가왔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송승현이 뭘 잘못 먹은 거 아니야? 어떻게 안신혜 같은 년을 도울 수가 있어!” 진서우가 아첨하며 말했다. “재희 언니, 화내지 마세요. 송승현이 왜 안신혜 편을 드는 건지 안 봐도 뻔하잖아요. 분명 또 잠자리를 같이했겠죠. 두 사람의 관계가 평범해 보이지는 않던데요. 안신혜가 해외에서 얼마나 많은 남자와 잠자리했겠어요. 거기다 송승현 하나 더 늘었다고 뭐가 달라지기나 할까요? 에이, 여우 같은 년.” 진서우의 더러운 욕설에 그나마 마음이 내려간 안재희는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재희 언니, 안신혜가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데 그냥 넘어갈 거예요? 너무 분하잖아요. 이대로 그년이 날뛰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지 않겠어요?” 안재희도 조용히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 이렇게 겁에 질린 듯이 물러난다면 소문이 퍼져 연예계에서 안재희의 체면은 말이 아닐 테고, 앞으로 누구든 그녀 머리 위에서 날뛸 수도 있었다. 안재희가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년, 언제까지 그렇게 득의양양할 수 있는지 한번 두고 봐!” 진서우가 말했다. “하지만 안신혜의 뒤에는 지금 송승현이 있잖아요. 쉽게 처리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안재희가 냉소를 지었다. “그게 뭐? 넌 내가 진짜 송승현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줄 알아? 말해두는데 [천궁]의 여주인공은 내가 꼭 차지할 거야. 그리고 안신혜를 해성에서 쫓아낼 거라고!” 진서우는 확신에 찬 안재희의 태도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언니, 혹시 약혼자인 차주한 씨한테 도움을 청할 생각인 거예요? 하지만 차 대표님은 안신혜한테 관심이 있어 보이던데요?” 안재희가 진서우를 흘겨보며 비웃음을 날렸다. “넌 내 뒤에 오직 차주한만 있을 거로 생각하는 거야? 안신혜 그년이 감히 나랑 인맥을 따져? 해성에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주겠어.” 안신혜를 뼛속까지 증오하게 된 안재희는 어떻게든 이른 시일 내에 본때를 보여줄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진서우를 보낸 뒤 그녀는 바로 비서한테 상업 구역으로 가라고 지시했다. 30분 후, 강산 그룹 빌딩 앞에 도착한 안재희는 화장을 고치고 거만하고 당당한 태도로 그룹 빌딩으로 들어갔다. 경비와 프론트 직원은 안재희를 확인하고는 막지 않고 그냥 안으로 들여보냈다. 막는 사람 하나 없이 순조롭게 제일 위층에 있는 대표실까지 올라간 그녀는 오만한 태도를 접고 비서실 직원에게 말했다. “안재희라고 해요. 강준혁 대표님을 뵙고 싶어요.” 오늘 안신혜와 송승현에게 모욕을 당하지 않았다면, 안재희도 이곳에 찾아올 일이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강산 그룹은 암암리에 안성 그룹과 안씨 가문을 지원해 왔고, 덕분에 안씨 가문은 날로 발전할 수 있었다. 안재희는 강준혁이 왜 안씨 가문을 도와주는지 이유를 알지는 못했지만, 안씨 가문에 문제가 생기거나 그녀가 도움을 청하면 강준혁은 항상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다만, 강준혁이라는 남자는 너무 변덕이 심했던지라 안재희가 늘 두려워하고 꺼리는 존재였다. 하지만 송승현과 안신혜를 완전히 짓밟기 위해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강준혁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전체가 발코니 윈도우로 되어 있는 대표실 안. 강준혁은 다부지면서도 반듯한 자세로 고급스러운 원목 책상 뒤 의자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얇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담담하면서도 차분한 표정으로 수없이 쌓여있는 복잡한 프로젝트와 문서를 훑어보고 있었다. 이때, 양진성이 조용히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말했다. “강 대표님, 안씨 가문의 안재희 씨가 찾아왔습니다. 대표님을 뵙고 싶다고 합니다.” 담담하게 고개를 든 강준혁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일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들여보내.” 양진성은 나갔다가 다시 안재희를 데리고 들어왔다. 아첨과 조심스러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사무실에 들어선 안재희는 공기 중에 흐르는 압박감에 숨이 막혀왔다. 강준혁은 타고난 상위자라는 것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는 듯 압도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고, 그 분위기는 아무도 그와 정면으로 시선을 마주칠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강주혁은 유난히 안재희한테만은 온화한 태도를 보여줬다. 그는 무겁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안재희는 마음속의 두려움을 억누르며 억울한 표정을 지은 채 약간의 애교를 섞어 말했다. “강 대표님,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 왔어요.” 강준혁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말해 봐요.” 안재희가 서둘러 말했다. “요즘 노블 엔터테인먼트에서 새로 투자한 영화 [천궁]이라고 있는데 제가 이 영화의 여주인공을 하고 싶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양진성이 끼어들었다. “안재희 씨, 이런 사소한 일은 대표님을 찾아올 필요 없이 저에게 전화 한 통만 하셨으면 바로 처리해 드렸을 텐데요.” 안재희는 순간 기쁨에 차 말했다. “정말요? 하지만 노블 엔터테인먼트의 송승현 감독이 반대할지도 몰라요.” 양진성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감독 따위가 무슨 권리로 반대합니까? 대표님, 이 일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노블 엔터테인먼트 고위층도 강 대표님이 개입하셨다는 걸 알면 아무 말도 못 할 겁니다.” 강준혁이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양진성이 말을 이었다. “안재희 씨, 걱정하지 마세요. 여주인공은 확실히 안재희 씨 것이 될 거예요.” 양진성의 말에 안재희는 너무 기쁜 마음에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강씨 가문이 못해낼 일이 없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고 강준혁이 약속했다면 안재희는 반드시 [천궁]의 여주인공 역할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흥, 안신혜도 그렇고 송승현도 그렇고 별것도 아닌 것들이. 결국 해성에서 진짜 권위자는 강씨 가문이야. 안신혜, 이 소식을 듣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참 보고 싶네. 분명히 재미있을 텐데.’ 안재희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강산 그룹을 떠났고 넓은 대표실에는 강준혁과 양진성만 남았다. 강준혁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짚은 채 깊고 어두운 눈동자로 양진성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 “안씨 가문은 요즘 어때? 안성 그룹에 별문제는 없고?” 양진성이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모든 게 순조롭습니다.” 강준혁은 그제야 느긋하게 표정을 풀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 일단 안재희가 말한 일을 처리해 줘. 안씨 가문 쪽에는 사람을 더 붙여 두고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해결해.” “네. 그럴게요.” 말을 마친 양진성은 참지 못하고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5년 전 안신혜가 난산으로 세상을 떠난 후, 강준혁은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암암리에 안씨 가문과 안성 그룹을 보살펴 왔다. 안재희를 도와주는 이유도 그녀 역시 안씨 가문 사람이었기 때문이었고, 안재희는 그저 죽은 안신혜의 덕을 보는 것뿐이었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