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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강아름은 분명히 방금 안신혜가 했던 말을 들은 것 같았다. 어린아이는 늘 친절하기만 하던 이모가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꺼지라고 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리둥절해하는 강아름의 표정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은 안신혜는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그녀는 강아름한테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오늘 강준혁의 처사가 그녀의 이성을 건드렸던 터라 도저히 분노를 삼킬 수 없었다. 강아름의 손에는 한눈에 봐도 직접 만든 것 같은, 울룩불룩 이상한 모양으로 되어 있는 슈크림 빵이 쥐어져 있었다. 마음을 굳게 먹은 안신혜는 고개를 돌려 아이의 눈길을 피했다. 강아름을 다시 한번 더 눈을 마주치게 된다면, 아이를 꼭 안고 뽀뽀해 주고 달래주고 싶을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안신혜는 이제 강씨 가문 누구와도 교류해서는 안 되었고 그 안에는 강아름도 포함이었다. 어떻게든 그녀는 지금 반드시 강준혁이 강아름을 데리고 나가게 해야 했다. “이모, 이모를 위해서 슈크림 빵을...” 안신혜의 냉담한 반응에 아이의 앳된 목소리에는 약간의 억울함과 울음기가 섞여 있었고 커다란 눈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멍하니 서 있던 강아름은 들고 있던 슈크림 빵을 손에서 떨어뜨렸고, 슈크림 빵은 바닥에 떨어지며 찌그러져 크림이 튀어나왔다. 이때, 소파에서 일어선 강준혁이 서늘한 표정을 한 채 차가운 목소리로 양진성을 향해 말했다. “양진성, 아름이 데리고 주방으로 가 있어.” 정신을 차린 양진성은 허둥지둥 뛰어가 강아름을 안고 달랬다. “우리 아가씨 착하지. 울지 말고 삼촌이랑 재미있는 놀이 할까?” 양진성은 강아름을 품에 안은 채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고, 넓은 거실에는 순식간에 안신혜와 강준혁만 남게 되었다. 요리하고 있던 도우미들도 눈치를 보더니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강준혁은 살얼음같이 차가운 얼굴로 안신혜를 향해 다가왔다. 그의 기세에 눌려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물러서던 안신혜는 이내 냉담하면서도 당당한 표정으로 강준혁을 바라봤다. 그녀는 자신이 잘못한 것도 없으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강준혁은 안신혜 앞에 다가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천천히 물었다. “너 왜 이래? 아름이가 특별히 네 생각 하면서 몇 시간을 공들여서 만든 거야. 왜 갑자기 화를 내며 애한테 그렇게 냉랭하게 대하는 건데?” 불쾌한 그의 어투 속에는 왠지 모르게 인내심과 너그러움 그리고 체념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아침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하루 만에 왜 갑자기 태도가 바뀐 건지 강준혁도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다. 바닥에 떨어져 흉측하게 망가진 슈크림 빵을 바라본 안신혜의 마음은 칼로 쑤시는 듯 아파져 왔다. 그녀는 숨 쉬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마음이 아파져 왔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마음과 다른 말을 내뱉었다. “그래서요?” 강준혁은 눈썹을 찡그리며 분노에 찬 표정으로 한 글자 한 글자 그녀의 말을 따라 했다. “그래서요?” 강준혁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냉랭한 웃음을 지었다. 안신혜가 제대로 그의 화를 돋운 모양이었다. 그의 큰 손이 갑자기 안신혜의 가느다란 허리를 꽉 움켜쥐더니 거칠게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강준혁은 자신의 몸으로 안신혜를 단단히 가둔 채 서늘한 기운을 물씬 풍기며 입을 열었다. “어디서 온 배짱이야? 감히 아림의 마음을 그딴 식으로 무시해?” 등이 벽에 강하게 부딪히자, 5년 전 안재희 때문에 생긴 난치병이 다시 도진 건지 안신혜는 밀려오는 고통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척추를 파고드는 둔탁한 고통을 참아냈고, 간신히 정신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순식간에 안신혜의 얼굴빛은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준혁은 안신혜의 가냘픈 턱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그녀의 턱을 움켜쥐며 말을 이었다. “아름이가 널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넌 이미 목숨이 끊어졌을 거야.” 강아름은 5년 전, 그 여자가 세상에 남기고 간 마지막 보배이자 강준혁이 가장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유일한 존재였다. 그렇기에 아이에게 상처를 주거나 해치려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강준혁은 눈빛에 한 치의 온기도 없이 살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지금 당장 아림이한테 사과해. 그리고 만들어준 슈크림 빵도 고맙다고 전하고!” 안신혜는 입술을 꽉 깨물고 완강하게 거부했다. “강준혁 씨,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아세요? 무슨 자격으로 나에게 명령하는 거예요?”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턱을 움켜쥔 손에 더욱 힘을 주며 말했다. “사과해.” 그의 강압적인 태도에 안신혜는 깊게 묻혀 두었던 반항심이 생겨났다. 오래된 상처의 격한 고통은 안신혜의 이성을 앗아갔고, 그녀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소리를 질렀다. “내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하는 건데! 이 비열한 자식아! 그런 일을 저지르고서 나더러 사과하라고? 꿈 깨!” 화가 극도로 치밀어 오른 안신혜는 있는 힘껏 자기 턱을 움켜쥔 강준혁의 손등을 깨물었다. 전해지는 통증에 순간 동공이 축소된 강준혁은 넓은 어깨와 등골이 팽팽하게 조여들었지만, 여전히 안신혜를 물끄러미 응시한 채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방금 안신혜가 물었던 손등이 그의 것이 아닌 듯 강준혁은 전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물었다. “뭐라고?” 그의 얼굴에 살짝 당황한 기색이 스치더니, 안신혜의 턱을 움켜쥐었던 손에 힘이 슬며시 풀렸다. 순간, 안신혜의 말속에 오늘 밤 그녀의 이상한 태도에 대한 실마리가 숨어있음을 알아차린 강주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다는 거지?” 안신혜는 그를 증오 어린 눈으로 노려보았다. 혀끝에 피비린내가 느껴질 때쯤에서야 그녀는 비로소 강준혁을 힘껏 밀쳐내며 말했다. “강준혁, 연기하는 게 재미있나 봐?” 강준혁은 아까보다 많이 누그러진 태도로 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안신혜는 조소를 날리며 말했다. “노블 그룹에 압력을 넣어 안재희가 [천궁]의 여주인공 자리를 따내도록 도운 게 당신이잖아. 왜 모른 척이야?” 눈살을 찌푸리던 강준혁의 얼굴에 순간 미묘한 변화가 스쳤다. “안재희? 네가 안재희를 알아?” 강렬한 분노가 밀려왔던 안재희는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알다마다! 나보다 그 여자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 강준혁은 이미 그녀의 원수를 도와준 사람이고, 이제 그와는 완전히 적이 되었다고 생각한 안신혜는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는 마음으로 소리를 질렀다. 알 수 없는 감정이 수면으로 떠오르는 것 같았던 강준혁은 빨라지는 심박수에 손가락을 움찔했다. 그는 침을 삼킨 뒤 무거운 목소리로 천천히 물었다. “너와 안재희는 무슨 관계인데?” 강준혁의 물음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던 안신혜는 폭소를 터뜨렸다. “무슨 관계냐고? 그 여자가 내게 한 짓과 그 여자가 내게서 빼앗아 간 것들 전부, 그 여자가 목숨을 바친다 해도 다 갚지 못할 거야!” 그녀의 할아버지 안국성 그리고 뱃속에 있던 여덟 달 된 아이까지 떠오른 안신혜는 완전히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듯 감정이 격해진 채로 강준혁을 향해 소리쳤다. “내가 겪은 모든 불행의 근원은 안재희라는 여자 때문이야! 내가 바로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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