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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송하영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눈앞에 있는 고귀한 집안의 아가씨 입에서 그런 추악한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안신혜는 옆에 깔린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밝고 투명하던 눈빛은 차갑게 식어버렸고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감히, 그렇게 해봐.” 안신혜의 새까만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치자 차유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 계집애, 아까까지만 해도 숨 쉬는 것도 벅차 보였는데... 저 눈빛은 뭐지?’ 안신혜의 그 눈빛만으로도 차유나는 잠시 겁을 먹었다. ‘이깟 계집애가 뭐가 무서워? 지금 유리한 건 나야. 이렇게 사람도 여럿 데려왔고, 저 여잘 눌러 앉히는 건 일도 아니지.’ 당황을 감추려는 듯 차유나는 더 독하게 외쳤다. “못할 게 뭐 있어? 네깟 게 감히 날 협박해?” 정서희도 얼굴을 찌푸리며 혐오 가득한 눈빛으로 안신혜를 노려봤다. 차유나는 장서희의 팔을 끌어당기며 낮게 속삭였다. “엄마, 이 계집애 진짜로 버틸 생각인가 봐요. 해성을 안 떠난다고 끝까지 우기면 어떡해요?” 장서희는 코웃음을 쳤다. “본때를 보여주면 정신 차릴 거야. 사진 한 장만 인터넷에 돌리면 되지. 망신당하면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어.” “엄마, 그거 진짜 좋은 생각이에요!” 차유나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쟤 좀 알려진 애잖아? 사진 몇 장만 제대로 퍼뜨리면 바로 끝이야. 망신당하고는 어디 사람들 앞에도 못 나서겠지. 강 대표도 다시는 거들떠보지도 않을걸?” 차유나는 악의 가득한 시선으로 안신혜를 노려보다가 손짓으로 옆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너희들, 당장 저 계집애 옷 벗겨! 싹 다 벗기고 사진 찍어!” 그 명령에 남자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음흉하고 더러운 웃음을 흘렸다. 손목을 돌리며 병상 앞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남자들을 보며 안신혜는 이를 악문 채 침대 옆을 짚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신혜야!” 송하영이 놀라 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허리의 통증을 참아내고 비틀거리며 가까스로 일어선 그녀였지만 그 기세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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