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안신혜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들자 차갑게 각진 턱선과 우아하게 움직이는 남자의 목젖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순간, 그녀의 어깨를 짓누르듯 얹힌 커다란 손과 함께 낮고 깊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혜 씨랑 할 말이 있는데 잠시 자리를 비켜주시죠.” 명백히 송하영에게 건넨 말이었다. 평소 침착하기로 유명한 송하영이었지만 강준혁의 강한 기세에 압도당한 듯,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녀는 서둘러 방을 나섰다. 안신혜는 놀라움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언제부터 저렇게 말을 잘 들었다고? 설마 정말 날 이대로 두고 가는 건가?’ 황급히 그녀를 불러세우려 고개를 돌리는 순간, 강준혁이 먼저 그녀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곧바로 그의 손이 그녀의 뒤통수를 눌러 자신의 가슴팍에 밀착시켰다. “으읍!” 입이 막힌 안신혜는 신음 섞인 소리만 낼 뿐,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며 저항해도 소용없었다.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제야 그의 팔에 들어갔던 힘이 살짝 풀렸다. “하아...” 숨을 몰아쉰 안신혜는 분노와 당혹감이 뒤섞인 표정으로 그의 가슴을 밀쳐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거 놔요!” 하지만 그는 여전히 태연하고 여유로운 눈빛이었다. “놓으라고? 내가 손을 놓으면 당신 혼자 설 수는 있고?”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어딘가 위험한 유혹이 스며 있었다. 실제로 그녀는 다리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온전히 그의 품에 기대 서 있는 상태였다. 그가 손을 놓는 순간,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을 것이 뻔했다. 하지만 안신혜는 이를 악물고 낮게 쏘아붙였다. “상관 말고 놔요. 당장.” 그의 눈이 가늘게 좁혀지며 마치 야수처럼 먹잇감을 노리는 눈빛이 되었다. ‘이 여자는 무슨 속셈이지? 이런 식으로 반항하면 내가 더 흥미를 느낄 거라 생각하는 건가?’ 자존심을 내려놓고 이렇게까지 찾아온 게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여전히 온몸에 가시를 세우며 자신을 밀어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강준혁은 비웃듯 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