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강준혁의 말투는 여전히 거칠었지만 안신혜를 내려놓는 손길만큼은 조심스럽고 부드러웠다. 마치 그녀가 유리처럼 쉽게 깨질까 봐, 손끝에 힘을 주는 것조차 망설이는 듯했다.
등이 병상에 닿는 순간, 안신혜의 긴장된 몸이 서서히 풀렸다. 하지만 강준혁은 그녀가 아주 잠깐 찡그린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어디 다친 거야?”
어젯밤까지만 해도 그토록 거세게 화를 내던 그녀가 지금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안신혜는 입술을 꼭 다문 채, 대답 대신 침묵으로 응수했다. 그러자 강준혁은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고는 더 묻는 것도 귀찮다는 듯 그녀의 어깨를 눌렀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주저 없이 병원복 자락을 들추려 했다.
“지...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안신혜가 화들짝 놀라며 침대 위로 몸을 일으켰다.
“당신 상처를 확인하려고.”
강준혁은 담담하게 말했다. 자신의 행동이 무례하거나 과하다는 인식조차 없는 태도였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예요?”
안신혜는 당황한 얼굴로 그의 손을 막아보려 애썼다.
창백했던 뺨이 분노와 부끄러움에 물들어 붉게 상기됐다.
하지만 그녀의 저항은 미약했고 강준혁의 손은 이미 그녀의 등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 나 괜찮다고 했잖아요! 얼른 손 치워요! 지금 그 손, 상처에 닿았다고요!”
절박한 외침은 거의 애원에 가까웠고 지금 이 남자의 손길만 멈춘다면 뭐든지 말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강준혁이 조용히 물었다.
“등 쪽이야?”
안신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집스럽게 얼굴을 돌려버렸다.
“손만 치우면 말해줄게요.”
그제야 그는 손을 거두었고 안신혜는 다급히 병원복을 정리하며 몸을 가렸다.
그의 눈빛은 고요한 심연 같았고 그녀의 허리를 따라 흘러내리는 시선은 묘하게 깊고 어두웠다.
“어쩌다 다친 거야?”
그는 그녀가 이토록 창백하고 연약한 이유가 궁금했다.
안신혜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예전에 다친 게 재발한 거예요. 와이어 타고 촬영하다 떨어졌었거든요. 그때 척추를 좀 다쳤어요.”
거짓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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