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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안신혜는 도무지 강준혁의 사고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중요한 건 약혼녀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었다. 애초에 그는 자신을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차가운 말투로 내뱉은 그녀의 말에 강준혁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그렇다면 내가 아름이 데리고 당신네 집에 이사 가도 되겠네?” 그 순간, 안신혜는 깜짝 놀라 고개를 홱 돌렸다. “뭐라고요?” 놀람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아이를 데리고 집에 들어올 생각을 하다니. 이 남자, 제정신이야?’ 강준혁의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뒤따랐다. “어젯밤에 당신이 그렇게 말했잖아.” 안신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되물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강준혁의 표정이 점점 더 냉담해졌다. 그는 어젯밤, 그녀의 아파트에서 나눈 대화를 하나하나 되새기듯 중얼거렸다. “그랬잖아. 유부남과는 얽히고 싶지 않다고, 유부남과는 같은 지붕 아래 살지 않겠다고. 이제 나한텐 약혼녀도 없어. 그런데도 내가 그렇게 더럽게 느껴져?” 그 말과 함께 그의 손끝에 힘이 살짝 실렸다. 그녀가 자신을 혐오하듯 내뱉은 그 말투와 표정이 아직도 머릿속을 맴돌았고 마치 더럽혀진 존재라도 되는 듯, 모욕적이었던 그 한마디가 아직도 그의 가슴을 후벼팠다. 왜 그 한마디가 이토록 신경 쓰이는 건지,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나는 건지 강준혁은 알기도 전에 이미 양진성에게 기사까지 내보라고 지시했다. 그건 단지 차씨 가문에 보여주기 위해서만은 아니었고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바로 안신혜 때문이었다. 오늘 그녀 눈앞에서 차유나와의 혼사를 단칼에 정리한 것도 결국은 그녀를 향한 강준혁 나름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여자가 또다시 자신을 더럽다고 여기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정말로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안신혜는 할 말을 잃고 입만 뻐금거렸다. 무슨 말을 하든, 이 남자의 논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당신... 당신 지금...” 그녀의 반응에 강준혁은 만족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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