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화

강준혁의 눈에 비친 안신혜는 확실히 흥미로운 여성이었다. 그래서 기분이 내킬 때면 가벼운 밀당 정도는 즐겨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난도 선이 있었고 그는 결코 무한히 받아주는 착한 남자가 아니었다. 지금처럼 분명히 물러날 기회를 줬음에도 이 여자는 뻔뻔하게 그걸 거절했다. “당신...” 안신혜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곧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르며 격분을 터뜨렸다. “내가 지금 당신이랑 장난치는 줄 알아요? 강준혁 씨, 착각도 정도껏 해요!” 격한 감정에 몸이 흔들리자, 등 뒤 상처가 욱신거렸다. 그러나 그녀는 아픔 따윈 개의치 않은 듯, 더욱 매섭게 쏘아붙였다. “잘 들어요. 난 당신한테 전혀, 눈곱만큼도 관심 없어요. 약혼녀가 있든 없든 당신 같은 남자를 거들떠볼 생각도 없으니까 김치국은 혼자 실컷 드시라고!” 창백한 얼굴로 이토록 단호하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강준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이상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토록 제멋대로 말을 내뱉는 여자는 처음이었다. 그녀는 말끝마다 그의 신경을 긁었고 그 작고 당돌한 입술로 그의 인내심을 갉아먹었다. 그 순간, 강준혁은 그녀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팔을 밀쳐내는 그녀의 저항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분노로 이글대는 눈빛으로 그녀의 입술을 노려보았다. “꺼져! 당장 놔! 못 들었어? 난 당신한테 관심 없다고!” ‘그 입을 차라리 막아버릴까.’ 강준혁은 바로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덮쳤다. “읍!” 안신혜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몇 초가 지나서야 그녀는 제정신을 차리고 격렬히 몸부림쳤다. ‘이 미친놈!’ 그녀는 분노로 발버둥 쳤지만 이상하게도 강준혁의 몸은 그 순간 얼어붙은 듯 멈췄다. 입술을 스친 숨결과 그녀의 체온 그리고 익숙한 향기. 숨이 턱 막히는 통증과 함께 그의 심장이 미친 듯 뛰기 시작했다. ‘안신혜... 신혜야...’ 그녀의 이름이, 그의 기억 어딘가에서 솟구치듯 떠올랐다. “꺼져!” 강준혁이 순간 멍해진 틈을 타, 안신혜는 온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