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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강준혁은 피하지도 않고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던져진 물건이 곁을 스쳤지만 그는 미간 한번 찌푸리지 않은 채 그저 말없이 안신혜를 바라보기만 했다. 마치 그녀의 모습을 가슴 깊숙이 새기려는 듯, 한 순간도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안신혜는 병실 안의 물건을 전부 집어 던지며 분노를 쏟아냈고 결국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문 쪽을 가리켰다. “당장 꺼져! 당장 나가!”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눈가를 타고 흘러내렸고 분노 때문인지 서러워서인지 본인조차도 분간할 수 없었다. 강준혁은 감정이 격해진 그녀를 내버려둔 채 돌아서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억눌린 짜증을 억제하려 애썼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지만 결국 그는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병실을 떠났다. 그의 뒷모습이 병실 문 너머로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 안신혜는 마치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듯 병상 위로 무너졌고 턱선까지 차오른 눈물은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병실 밖, 강준혁이 나오자 송하영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신혜 씨는 이번에 귀국해서 바로 활동 시작한 건가요?” 병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송하영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네. 며칠 전에 막 귀국했어요.” 송하영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주머니에 한 손을 찔러 넣은 채 느긋하게 물었다. “소속된 기획사는요?” “네?” 송하영은 잠시 얼떨떨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아직 없습니다.” 강준혁은 잠시 침묵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강산 그룹을 찾으셔도 됩니다.” 송하영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감탄과 기쁨이 섞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강 대표님!” 강준혁은 여전히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하고싶은말이 남은 듯했지만 결국에 남긴 말은 단 한 줄이었다. “안신혜 씨를 잘 부탁드립니다.” 강준혁과 양진성이 떠나자 송하영은 부리나케 병실로 뛰어들었다. 문을 열자마자 방 안 가득한 유리 파편과 엉망이 된 상황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 “신혜야, 괜찮아?” 안신혜는 손등으로 대충 눈가를 훔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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