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강준혁은 미간을 짚던 손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이내 짙고 낮게 깔린 목소리가 차 안에 울렸다.
“우경 정원으로 돌아가.”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양진성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다음 교차로에서 핸들을 꺾어 차를 돌렸다.
정적을 가르며 달리는 차 안에 다시금 강준혁의 목소리가 묵직하게 흘러나왔다.
“차승 그룹 쪽은 벌써 시작했나?”
그는 분명히 예고했었다.
차씨 일가를 철저히 나락으로 떨어뜨리겠다고, 단 한 치의 자비도 없이 무너뜨리겠다고.
잠시 머뭇거리던 양진성은 이내 각 잡힌 자세로 보고를 이어갔다.
“이미 지시 내려뒀습니다. 늦어도 오늘 밤이 지나기 전에 차씨 가문은 스스로 고개를 숙이게 될 겁니다. 그리고 혼약 파기 성명도 정식으로 대외 발표 완료했습니다.”
차씨 가문 대저택.
거실은 이미 아비규환이었다. 고성과 아우성, 날 선 욕설이 뒤엉킨 그 공간은 더 이상 ‘대기업 총수 일가의 안식처’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밤이 채 되기도 전, 차씨 일가는 무너져가는 현실 앞에서 이미 자제력을 잃고 있었다.
불과 두어 시간 전까지만 해도 탄탄해 보였던 차승 그룹의 주식은 연이어 폭락했으며 투자자들은 겁에 질린 듯 하나둘씩 발을 빼기 시작했다. 심지어 주요 거래처들마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계약 파기를 통보해 왔다.
그야말로 차승 그룹은 믿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로 눈앞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때, 양진성에게 발길을 맞은 차유나는 통증에 못 이겨 배를 감싸 쥔 채 소파에 쓰러졌고 고통을 참지 못한 그녀는 울먹이며 신음을 쏟아냈다.
“흑, 흑. 엄마, 나 너무 아파요. 진통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고 나 진짜 아파 죽을 것 같단 말이에요...”
곁에 있던 장서희는 평소의 고고하고 우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 핼쑥한 얼굴로 딸의 손을 붙잡고 눈물 어린 목소리로 애원하듯 중얼거렸다.
“유나야, 조금만 참자. 곧 괜찮아질 거야... 다 그 미친놈, 양진성 때문이야! 감히 남의 귀한 딸한테 손찌검을 해? 걱정 마, 엄마가 가만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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