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화
거실 안은 마치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의 고요처럼 숨 막히는 침묵에 휩싸여 있었고 그 한복판에서 차영수는 꾹 다문 입술로 거칠게 거실을 오가며 혈관이 도드라진 손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쉼 없이 울려대는 진동, 끊임없이 쏟아지는 악재들은 하나같이 끝을 알리는 절망의 신호들이었고 이제는 모든 것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려주는 종소리처럼 느껴졌다.
강씨 가문을 건드렸다는 사실은 곧 스스로 목숨을 재촉한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고 그가 지금껏 강산 그룹의 그늘 아래에서 순풍에 돛 단 야금야금 키워온 모든 시간과 공든 탑은 이제 한순간에 잿더미로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초조한 기색으로 거실을 몇 바퀴나 돌던 차영수는 마침내 맥없이 소파에 주저앉았고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갈린 목소리로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안 돼. 차승 그룹은 절대로 무너지면 안 돼... 절대로!”
그의 얼굴에 드리운 절망과 공포가 고스란히 전해지자 그제야 장서희와 차유나는 지금 상황이 단순한 다툼이나 구설로 끝날 일이 아님을 직감했다.
집안 전체가 송두리째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어느 감정보다 강력하게 그들의 의식을 덮쳐왔다.
“안 돼! 절대 안 돼!”
장서희가 절규하듯 외치며 머리를 감쌌다.
“우리 고급 빌라며 내가 모아온 보석들이며 명품들까지 다 날아가면 어쩌자는 거야!”
지금 이 상황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사치와 허영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 꼴을 본 차영수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두 주먹이 부르르 떨려왔고 순간 귀싸대기라도 한 대 올려붙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느라 안간힘을 써야 했다.
“아빠, 그럼, 우리 어떡해?”
그 틈에 차유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버지 손을 붙들었고 장서희 또한 어지러움에 휘청이며 남편의 어깨를 붙잡고 애원하듯 다급히 외쳤다.
“여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무슨 수를 쓰든 살길을 찾아봐요!”
그러나 차영수는 참았던 분노를 폭발시키듯,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쳤다.
“이제 와서 그런 소릴 해?”
장서희는 고개를 움찔거리며 한발 물러났고 곧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