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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안신혜는 벅차오르는 감정에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아이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꼬마야, 너 길 잃은 거니? 엄마는 어디 계셔?” 아까만 해도 훌쩍이던 아이는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펑펑 울기 시작했다. “으흐흑, 엄마가 저를 버렸어요!” 그리고 품에 덥석 안기며 대성통곡했다. 안신혜는 무의식중으로 두 팔을 벌려 자그마한 몸을 힘껏 끌어안았다. “울지 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래? 이모가 도와줄게, 응?” 말을 마치고 아이의 등을 쓰다듬으며 연신 달래주었다. 이 작은 존재 때문에 괜스레 가슴이 먹먹했다. 잠시 후 서둘러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치마에 묻은 먼지를 털어준 다음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했다. “이제 뚝! 울면 예쁜 얼굴 망가진다? 이모가 엄마 같이 찾아줄게, 알았지?” 꼬마는 입을 삐죽이며 부루퉁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름은 엄마 없어요. 집에 있는 나쁜 여자가 아름이한테 주워온 애라고 했어요. 그리고 자기가 새엄마 되면 아빠한테 나 버리라고 할 거래요.” 안신혜는 더더욱 마음이 아팠고,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너 혼자 나온 거야?” 꼬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억울한 말투로 씩씩거렸다. “아빠가 아름을 싫어해요. 그래서 아름이도 아빠 안 좋아할 거예요!” 안신혜는 그녀를 안아 올렸다. “너처럼 예쁜 아이를 어떻게 아빠가 싫어하겠어? 이모가 경비 아저씨한테 부탁해서 집에 데려다줄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꼬마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강하게 거부했다. “집에 가지 않을래요. 아빠도 싫어요! 으흐흑... 이모, 싫어요! 안 가고 싶어요.” 작은 손으로 안신혜를 꼭 껴안은 채 새끼 고양이처럼 흐느끼며 어깨를 들썩였다. 아이의 반응이 너무 격해서 안신혜는 바로 마음을 바꾸었다. “알겠어. 집에 가지 말자. 아름이 뚝! 응?” 그녀가 약속하고 나서야 꼬마는 울음을 그쳤고, 마치 안신혜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듯 품에 작은 몸을 맡겼다. 곧이어 순진무구한 눈망울을 깜빡이며 조그만 손으로 안신혜의 머리카락을 살짝 잡았다. “아름은 집에 가기 싫어요. 이모 집에 가면 안 돼요? 이모가 좋아요.” “우리 집에?” 안신혜는 깜짝 놀랐다. 일면식도 없는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가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꼬마는 거절당하는 줄 알고 고개를 푹 숙이더니 입술을 삐죽였다. 금방이라도 다시 울 것처럼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 안신혜는 숨이 턱 막혔다. 그 순간, 모든 이성과 걱정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결국 자기도 모르게 대답했다. “그래, 가자.” 꼬마는 조그마한 입술을 쭉 내밀며 가까이 다가와 안신혜의 볼에 뽀뽀했다. 안신혜는 멈칫했다.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자 마음 한구석이 저릿했다. 분명 말도 안 되는 부탁인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받아들인 뒤였다. ... 그때, 호텔 입구 쪽 상황을 보러 나갔던 송하영이 다시 돌아왔다. “신혜야, 차는 지금 비상구에서 대기하고 있어. 우리 이제... 어라? 이 꼬맹이는 누구?” 송하영이 의아한 얼굴로 안신혜 품에 안겨 있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사슴처럼 커다란 아이의 눈동자는 경계심으로 가득 찼다. 이내 얼굴을 가슴에 파묻으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안신혜는 작은 등을 토닥이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길을 잃었나 봐. 지금은 너무 늦었으니까 내일 아침 호텔 직원에게 연락해서 가족을 찾아달라고 해줘.” 송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구나.” 이내 무심코 물었다. “그럼 오늘 밤은?” 안신혜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아이의 볼을 쓰다듬었다. “우리 집으로 갈 거야.” “뭐라고?” 송하영이 깜짝 놀랐다. “신혜야, 그건 좀 아니지. 게다가 지금 네 입장에서 이런 일은...” 노파심에 충고하려던 찰나 안신혜는 이미 아이를 안은 채 비상 통로를 지나 차에 올라탔다. ... 안선 정원, 고급 아파트 단지. 안신혜는 아이를 데리고 거실로 들어섰다. 꼬마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여기가 이모 집이에요?” 이곳은 송하영이 그녀가 귀국 후 마련해준 아파트라 아직 익숙하진 않았다. 안신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셈이지.” 이내 자연스럽게 긴 머리를 질끈 묶고 아이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뭐 먹을래?”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배를 툭툭 두드렸다. “아름이 배고파요!” 안신혜는 웃으며 소매를 걷고 주방으로 들어가 죽을 끓이기 시작했다. 낯선 꼬마에게 이토록 다정하고 인내심 있게 대하는 모습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녀는 한 번도 자신의 아이를 직접 돌보지 못했다. 5년 전, 심지어 얼굴조차 모른 채 헤어져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아름을 돌보고 있을 때면 마치 자기 자식을 챙기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꼬마는 뒤따라와 그녀가 식자재를 손질하는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이모, 밥도 할 줄 알아요? 완전 멋져요!” 안신혜는 죽을 끓이면서 아이와 놀아주었다. “아름은 뭘 좋아해?” 꼬마는 잠시 생각하더니 애교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고기요! 그런데 아빠가 아무거나 먹으면 안 된대요. 그러면 배 아프대요...” 안신혜가 피식 웃었다. “고기 먹으면 배가 아프대?” 아이는 입을 삐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름이 배 아플 때마다 아빠는 엄청 화내요. 막 큰 소리로 뭐라 하고, 진성 삼촌도 아무 말 못 해요. 게다가 사람들 불러서 주사까지 맞게 해요. 아름은 주사 맞고 약 먹는 거 싫어요!” 안신혜가 뒤를 돌아보았다. 말로는 배가 아프다면서 작은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건 심장 쪽이었다.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더니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이내 국자를 내려놓고 쪼그려 앉아 아이의 가슴을 가리켰다. “아름은 왜 약 먹어? 여기가 아픈 거야?” 꼬마가 눈을 깜빡이며 막 대답하려는 찰나. 쾅쾅쾅! 밖에서 거칠게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힘이 어찌나 센지 당장이라도 문을 부수고 쳐들어올 기세였다. 꼬마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겁에 질려 안신혜 뒤로 숨었다. 안신혜는 눈살을 찌푸리며 아이를 식탁에 앉혀서 달랜 뒤 현관으로 걸어갔다. 쿵! 손잡이를 돌리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리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물러섰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곧이어, 양복 차림에 살기를 내뿜는 경호원들이 우르르 들이닥치더니 안신혜를 빙 둘러쌌다. 눈빛은 하나같이 적대적이었으며 노골적으로 그녀를 겨냥하고 있었다. 무리에서 앞장선 젊은 남자가 싸늘한 표정으로 초조하게 걸어 들어왔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본 뒤 큰 소리로 지시했다. “수색해! 사람부터 찾아!” 어딘가 낯익은 얼굴이었다. 안신혜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고 침착하게 남자를 바라보았다. “당신들, 누구죠?” 젊은 남자가 고개를 돌리더니 안신혜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버럭 외쳤다. “허, 간도 크군. 감히 강씨 가문의 귀한 공주님을 노려? 유괴까지 하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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