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4화

남자는 코웃음을 치더니 손목을 풀며 다가왔고, 온몸으로 살기를 뿜어냈다. 안신혜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잔뜩 경계하며 뒤로 물러났다. 이때, 자그마한 아이가 짧은 다리로 주방에서 도도도 뛰어나와 안신혜 앞을 막아서더니 두 팔을 활짝 벌렸다. 강아름은 통통한 볼을 부풀리며 잔뜩 날이 선 모습으로 젊은 남자를 가리켰다. “진성 삼촌! 예의 없게 뭐 하는 거예요? 이모한테 화내지 마세요.” 앙칼진 목소리가 거실 안에 울려 퍼졌다. 아까만 해도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으며 몰아붙이던 양진성은 아연실색하더니 실수로 아이를 다치게 할까 봐 연신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씩씩거리며 화를 내는 강아름을 내려다보자 어두웠던 표정이 순식간에 환해졌다. “아름 아가씨!” 강아름은 콧방귀를 뀌더니 고개를 홱 돌렸다. 누가 봐도 불청객을 대하는 태도였다. 양진성은 초조한 얼굴로 강아름을 꼼꼼히 살폈다. 이내 한쪽 무릎을 꿇고 안아 올리려 했다. “아가씨, 걱정했잖아. 이 나쁜 여자가 감히 아가씨를 납치하다니... 혹시 다친 데는 없어? 지금 당장 의사 불러서 진찰받자.” 곧바로 구급상자를 든 의사 두 명이 앞으로 나서며 지시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강아름은 뒤로 물러서더니 그의 손을 피했고, 앙증맞은 목소리로 똑 부러지게 말했다. “이모는 나쁜 사람 아니에요! 다시 한번 이모 험담하면 아름이 진짜 화낼 거예요.” 그러고는 안신혜를 감싸듯 옷자락을 꼭 붙잡았다. 양진성은 깜짝 놀랐다. 안신혜를 올려다보는 표정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강아름은 그렇게 살가운 편이 아니라 낯선 사람을 가까이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그런데 겨우 몇 시간 만에 이토록 친해지다니? 게다가 편까지 들어줄 정도였다. 안신혜는 아이의 작은 손을 살며시 잡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름아, 이 사람 정말 네 가족 맞아?” 강아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네, 양진성 삼촌이에요.” 안신혜는 그제야 상황 파악을 마쳤다. 조금 전 그랑제 호텔에서 강아름을 찾던 사람들인 듯했다. 양진성은 강아름을 바라보며 공손하고도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아가씨, 이제 집으로 가자.” 강아름의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고개를 필사적으로 저으며 뒤돌아서 안신혜의 다리를 꼭 껴안았다. “싫어요. 집에 안 갈래요!” “이런...” 양진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채찍보다 당근이 효과 있다는 걸 잘 알기에 미소를 잃지 않고 설득을 이어갔다. “집에 안 가면 대표님께서 걱정하실 거야.” 강아름은 고집스레 콧방귀를 뀌었다. “우리 아빠는 나 걱정 안 해요! 어차피 버림당했는데, 뭐.” “누가 널 버렸어?” 이때, 복도에서 낮고도 부드러우며 마치 첼로처럼 중후한 남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신혜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내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보았다. 입구를 에워싼 경호원들이 길을 비켜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공손한 자세를 취했다. 키가 훤칠한 낯선 남자가 느긋한 걸음걸이로 들어섰고 압도적인 기운을 내뿜었다. 진그레이 슈트가 완벽한 비율의 탄탄한 몸매를 감쌌고, 강렬한 수컷 향기와 절제된 섹시함이 대조되었다. 뚜렷한 이목구비는 마치 조각상처럼 흠잡을 데 없었다. 짙은 눈썹 아래, 깊고 어두운 눈동자는 감정을 쉽게 읽을 수 없을 만큼 신비로웠다. 굳게 다문 입술은 웃음기를 찾아보기 힘들어 차가운 인상을 줬다. 그의 존재는 한마디로 말해, 위험 그 자체였다. 칠흑 같은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 안신혜는 엄청난 압박감과 함께 숨이 턱 막히는 기분마저 들었다. 남자의 시선이 아이에게 향하자 차가웠던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강아름은 그를 보고도 반가워하기는커녕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채 작은 손으로 안신혜를 더 꼭 껴안았다. 남자가 다가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종일 도망 다니더니, 지금도 아빠한테 토라져서 집에 안 가겠다는 거야?” 그제야 안신혜는 정신을 차리고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겉으로는 아무리 차갑고 위협적인 남자라도 자식 앞에서는 결국 다 똑같은 딸바보 아빠였다. 강아름의 눈시울이 빨개지더니 부루퉁해서 말했다. “집에 안 갈래요. 아빠 나빠요! 으앙... 아빠가 제일 싫어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아이를 보자 남자는 정색하며 짙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옆에 있던 양진성도 당황한 나머지 어쩔 줄 몰라 하며 다급히 달래주었다. “아가씨, 진정해. 그 몸으로 울면 안 되는데...” “자, 어서 아름 아가씨 진찰부터 하세요!” 그리고 대기 중이던 의사들에게 서둘러 손짓했다. 두 의사도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잔뜩 긴장한 채 다가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안신혜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이들이 울고 떼쓰는 건 흔한 일인데, 왜 이 집 사람들은 강아름이 울려고만 해도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과민 반응을 보이지? 이내 몸을 숙여 강아름을 안아 올려 아이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우리 아름이, 착하지? 이모가 뽀뽀해줄 테니까 울지 마, 알았어?” 꼬마는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안신혜를 바라보았다. 비록 여전히 억울하고 속상한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고분고분 눈물까지 참으며 코를 훌쩍였다. “네, 이제 안 울게요. 이모 말 대로 뚝!” 그러고는 진짜 울음을 그쳤다. 안신혜는 피식 웃었다. 어쩜 이렇게 착하고 말도 잘 듣지? 너무 사랑스러웠다. 결국 참지 못하고 작고 말랑한 볼에 입을 맞추었다. “헉!” 주변에서 일제히 놀라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났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