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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안신혜는 의아한 얼굴로 돌아봤다. 양진성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와 강아름을 번갈아 보았다. 마치 세상에 일어나선 안 될 엄청난 광경을 본 사람처럼. 옆에 서 있던 키 크고 시크한 남자 역시 눈빛이 어딘가 의미심장했다. 안신혜는 강아름을 안은 채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요? 무슨 일이라도...?” 양진성은 침을 꿀꺽 삼켰다. “사실 아가씨는 대인기피증이 있어요. 대표님을 제외하고 아무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거든요. 회장님조차 거부하는데 낯선 여자가 뽀뽀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다니...” 안신혜는 말문이 막혔다. 대인기피증이라니? 이내 고개를 숙여 품 안의 천진난만한 작은 얼굴을 내려다보자 마음이 괜스레 씁쓸했다. 이 작은 아이가 대체 무슨 일을 겪어온 걸까. 강아름이 새침한 얼굴로 양진성을 향해 콧방귀를 뀌더니 안신혜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절대 떨어지지 않을 기세로 달라붙었다. 양진성은 다시 머리를 긁적이며 상사를 슬쩍 돌아보았다. 강아름을 억지로 안신혜 품에서 떼어내야 할지 말지 난감한 눈치였다. 안신혜가 강아름의 등을 토닥이며 태연한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실례지만 성함이...” 싸늘한 기운을 내뿜는 훤칠한 남자가 짙은 눈썹을 까딱하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강준혁.” 안신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준혁 씨, 보시다시피 지금 아름은 집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아직 저녁도 못 먹은 데다 제가 만든 죽을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일단 먹고 나서 다시 한번 잘 달래볼게요.” 강준혁이 내부를 훑어보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여기서 저녁이라...” 말투에 담긴 미묘한 비아냥거림을 알아차린 순간 안신혜는 괜스레 울컥해서 남자를 향해 눈을 흘겼다. 솔직히 사랑스러운 아이만 없었더라면 진작 이 사람들을 문밖으로 내쫓았을 것이다. 몰래 입을 삐죽이는 안신혜를 보자 강준혁의 그윽한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더니 웃음기가 스쳐 지나갔다. 강아름도 손가락을 깨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모, 아름이 배고파요!” 강준혁의 시선이 딸에게 머물렀다. 눈빛은 한층 부드러워졌고 굳어 있던 표정도 서서히 풀렸다. 하지만 곧바로 쌀쌀맞은 얼굴로 돌아와 양진성을 향해 눈짓했다. 양진성은 곧바로 눈치를 채고 모든 경호원을 내보냈다. 안신혜는 두 사내를 무시하고 강아름을 안은 채 주방으로 향했다. 일찌감치 완성된 죽은 고소한 냄새를 풍겼다. 그녀는 새하얀 도자기 밥그릇을 들고 강아름과 놀아 주며 한 숟가락씩 떠먹였다. 강아름은 얌전하게 한 입 한 입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 모습을 본 양진성은 연신 숨을 들이켜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안신혜의 신경은 오롯이 강아름에게만 쏠려 있었다. 하지만 거실에서 느껴지는 싸늘하면서 위험천만한 시선은 도무지 외면할 수 없었다. 내내 그녀를 겨냥하고 있는 탓에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듯했다. 강아름은 죽을 먹고 나니 금세 졸기 시작했다. 안신혜의 품에 안겨 사랑스럽게 눈을 비비며 칭얼거렸다. 양진성이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마지못해 집에 가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의 품에서 강아름을 데려가는 순간 안신혜는 무의식중에 아이를 더 꼭 끌어안았다. 자기도 모르게 과민 반응을 보이며 보내주지 않으려고 했다. 마치 소중한 보물을 빼앗기는 듯 가슴 아픈 감정을 느꼈다. 양진성은 그런 안신혜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차피 남의 아이라 자신과 아무런 관련도 없지 않은가? 이내 억지로 미소를 쥐어짜 내며 손을 놓았다. 양진성은 잠든 강아름을 강준혁에게 넘겨주었다. 일행은 일말의 미련도 없이 자리를 떠났다. 아이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안신혜는 천천히 현관 문을 닫았다. 양옆으로 늘어뜨려진 손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 검은색 롤스로이스, 넓고 고요한 뒷좌석. 강준혁은 커다란 손으로 딸의 잠든 얼굴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규칙적으로 내뱉는 숨결이 느껴지자 싸늘하던 눈빛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조수석에 앉은 양진성이 고개를 돌려 어딘가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표님, 그 여자의 정체를 알아냈습니다. 다름 아닌...” 이내 말끝을 흐리며 뜸을 들였다. 강준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누군데.” 양진성은 고개를 숙이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안신혜입니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강준혁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날카로운 눈빛이 칼날처럼 번뜩였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운에 차 안의 온도마저 뚝 떨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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