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화
안신혜는 강아름을 품에 안은 채 노블 엔터의 건물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뒤에 남겨진 안재희는 분노로 이를 악물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굳은 듯 서 있었다.
그녀는 단순히 악랄하고 교활하기만 한 인물이 아니었다. 상황을 판단하는 냉정한 머리 또한 가지고 있었기에 지금 이 순간은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였다. 이를 악물고도 뺨을 타고 흐를 듯한 굴욕감을 억지로 삼키며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어둠 속에 몸을 웅크리고 복수를 준비하는 독사처럼, 그녀는 조용히 복수의 칼날을 갈기 시작했다.
“안신혜, 두고 보자. 네가 해성에 있는 한,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
밖으로 나오자, 어느새 해는 서쪽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고 그 아래에서 안신혜의 품에 폭 안긴 강아름은 해맑고 천진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중얼거렸다.
“아름이 있으니까, 이제 어떤 나쁜 사람도 이모 못 괴롭힐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화 풀어요, 네?”
그 한마디에 안신혜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불쑥 떠오른 건, 조금 전 사무실에서 그 조그만 몸으로 자신을 앞에 두고 다부지게 외치던 아이의 모습이었다.
“이모가 아름한테 화낸 적 없어.”
그 말을 들은 강아름은 입술을 꼭 다문 채 기분 좋게 웃더니 이내 한층 조심스럽고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럼 아빠한텐 이제 그만 화내요, 네?”
순간 안신혜의 눈빛이 잠시 흐려졌고 미간 사이로 작게 주름이 잡혔다.
강준혁과의 문제는, 단순한 영화 배역 다툼 같은 가벼운 일로 치부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는 그런 사정도 모르고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채 강아지처럼 얼굴을 비비며 애원하듯 말했다.
“제발, 우리 아빠 용서해 줘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양진성은 문득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아가씨가 누군가에게 이토록 마음을 열고 그것도 이런 식으로 애정을 드러낸 건 처음이었다. 언제나 사람을 경계하고 쉽게 다가서지 않던 아이였는데 이 여자 앞에서는 이전의 트라우마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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