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화
안신혜는 그 순간 자기가 전에 왜 그런 조건을 제안했는지 뼈저리게 후회했다.
애초에 강준혁이랑 아예 상종도 안 하면 모든 게 해결되었을 터였다.
지금은 말 그대로 스스로 판 함정에 풍덩 빠져버린 꼴이었다.
솔직히 말해 안신혜는 강준혁의 딸바보 기질을 너무 얕봤다.
아니,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 남자의 위험하고 살벌한 본성을 너무 깔본 것이었다.
송승현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강준혁은 진짜 미친놈이었다.
안신혜는 긴 속눈썹을 내려깔고 오만 가지 생각을 머릿속에서 굴렸다.
안신혜가 봉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를 받아들일 리는 절대 없었기에 다른 탈출구를 얼른 찾아야 했다.
강준혁은 안신혜가 고개를 숙이는 걸 보고 이미 합의에 동의한 거로 착각했는지 눈빛 속 살벌한 냉기가 조금 옅어졌다.
“음... 으음...”
침대 위에서 강아름이 작은 고양이 같은 신음을 내며 천천히 눈을 떴다.
두 사람의 시선은 곧장 아이에게 쏠렸다.
안신혜는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침대 앞으로 다가갔고 강준혁과 나란히 좌우로 서서 강아름을 지켜봤다.
강아름은 괴로운 듯 인상을 찌푸리며 산소마스크를 벗기려고 애썼다.
그러자 강준혁이 대신 그것을 벗겨주었다.
강아름은 하얗게 질린 입술을 오므린 채, 숱 많은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아빠... 이모...”
강아름의 맑은 아기 목소리를 다시 듣는 순간, 안신혜의 눈가가 뜨거워지며 눈물이 당장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았다.
“응, 이모 여기 있어. 우리 아름이 착하지.”
강준혁도 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부드럽게 답했다.
“아빠도 있어.”
그러자 강아름은 활짝 웃더니 작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힘없지만 기쁜 목소리를 냈다.
“아빠도 이모도 다 있네요... 아름이 너무 행복해요.”
안신혜는 참지 못하고 몸을 숙여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강아름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눈동자도 예전만큼 맑게 빛나지 않았다.
이번 발작이 얼마나 괴로웠을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안신혜는 안쓰러운 마음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강아름을 달랬다.
반면, 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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