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안신혜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국자를 꼭 움켜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신혜의 가느다란 어깨는 아까보다 더 심하게 떨렸고 끓어오르는 죽의 김에 눈가까지 촉촉해졌다.
강준혁의 손끝이 올라와 안신혜의 밤색 생머리를 쓸어 넘겼다.
안신혜는 눈살을 찌푸리며 거부하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하지 마.”
하지만 강준혁은 냉랭하게 웃으며 안신혜의 허리를 단단히 안아 번쩍 들어 올려 반들거리는 대리석 조리대 위에 앉혀 버렸다.
“강준혁!”
안신혜는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지만 강준혁은 단 한 손으로 안신혜의 저항을 쉽게 제압했다.
겁에 질려 고개를 든 안신혜는 강준혁의 차갑고도 위압적인 얼굴을 똑바로 마주했다.
그 위세와 눈빛은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심연과도 같아 안신혜를 단숨에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강준혁은 이 순간 안신혜가 정말 체형이 작다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다.
안신혜는 높은 조리대에 앉아도 겨우 강준혁의 눈높이에 닿을 뿐이었다.
“날 놔줘.”
안신혜는 강준혁의 시선을 피하며 어색하게 말했다.
하지만 강준혁은 놔주지 않고 오히려 다른 손으로 안신혜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강제로 안신혜의 고개를 돌려 자기 눈을 바라보게 했다.
“대답해.”
강준혁의 얼굴은 어둡게 굳어 있었고 눈빛은 어느 때보다 더 집요했다.
“뭘 대답해?”
안신혜는 눈살을 찌푸리며 강준혁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했다.
강준혁은 입술을 꾹 다물더니 목이 갈라지도록 쉰 목소리로 한마디를 내뱉었다.
“네 몸에서 나는 이 향의 정체가 뭐야? 향수야, 바디워시야, 아니면 무슨 향초라도 쓰는 거야...”
안신혜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강아름을 보살피느라 자기 피부를 관리할 겨를도 없었던 안신혜는 화장도 하지 않았고 향수도 쓰지 않았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어.”
안신혜는 인상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답했다.
그러나 강준혁은 더 가까이 다가와 향을 들이마셨고 그럴수록 점점 빠져나올 수 없게 되었다.
마치 강준혁 머릿속 깊숙이 봉인된 무언가가 서서히 무너지는 것 같았다.
강준혁의 심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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