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화
강준혁은 눈꺼풀을 내려깔고 시선을 안신혜의 작은 손 위에 두었다.
얼굴이 더 어두워진 강준혁은 당장이라도 그 손을 다시 움켜쥐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눌러 삼켰다.
안신혜는 강준혁의 마음속에서 이성과 본능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는 걸 알 수 없었다.
강준혁이 드러낸 음울한 표정은 안신혜 눈에 그저 냉혹하고 무정한 태도로만 보였다.
마음이 다급해진 안신혜는 조리대에서 뛰어내려 강준혁의 팔을 꽉 붙잡았다.
“이럴 순 없어. 우린 약속도 있고 계약도 있잖아.”
부드럽고 전혀 모나지 않은 숨결이 가까이서 스쳤는데 그건 지금의 강준혁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였다.
강준혁은 갑자기 손을 휘둘러 안신혜의 두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그러자 안신혜는 불시에 밀려 거의 넘어질 뻔했다.
강준혁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더니 손끝이 저도 모르게 움직이며 본능적으로 안신혜를 붙잡아주고 싶었지만 결국은 참아냈다.
강준혁은 음울한 시선을 거둔 채, 목울대를 꿀꺽 삼키며 조용히 말했다.
“난 널 내쫓는다고는 하지 않았어.”
“뭐라고?”
안신혜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갸웃하자 강준혁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넌 아름이만 책임지면 돼. 하지만 앞으로 내 앞에 절대 나타나지 마. 또 나타나면 그땐 절대 봐주지 않을 거야.”
그 알 수 없는 말을 던진 강준혁은 냉정하게 몸을 돌려 떠나버렸다.
주변을 짓누르던 무거운 공기는 강준혁이 사라지자마자 한순간에 가벼워졌다.
안신혜는 크게 숨을 내쉬며 조리대에 기대어 앉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안신혜는 방금 강준혁의 눈 속에 담겨 있던 혐오를 똑똑히 확인했다.
그래서 정말 이 집에서 쫓겨날 줄 알았다.
심장을 누르며 몇 번이나 깊게 숨을 들이쉰 안신혜는 간신히 감정을 다잡았다.
죽은 이미 맛있는 향을 내고 있었다.
안신혜는 눈가의 물기를 닦아내고 죽을 담아 서둘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
그날 이후, 안신혜는 완전히 우경 정원에 머물게 되었다.
그리고 기묘하게도 그날 이후로 안신혜는 강준혁과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같은 지붕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