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안신혜는 송승현의 팔짱을 가볍게 끼고 손님들 사이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인파가 조금 줄어들자 송승현은 방금 전의 침착함과 달리 표정이 긴장되고 공손해졌다.
그는 무심결에 팔짱을 빼내려 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까는 제가 좀 지나쳤던 것 같네요.”
안신혜는 부드럽게 웃으며 차주한의 동작을 막고는 그대로 팔짱을 유지했다.
“저 대신 차 대표님을 막아줬잖아요. 제가 응당 고마워해야 할 일인데 뭐가 미안해요?”
그러자 옆에 있던 송하영이 장난스럽게 거들었다.
“지금 신혜는 우리 집 귀한 손님이니까 갑자기 떨어지면 오히려 수상하게 보일걸? 정작 신혜는 편안한데 오빠가 더 긴장하면 어쩌자는 거야?”
송승현은 쑥스러운 듯 웃으며 안경을 살짝 고쳐 썼다.
“응. 알겠어. 긴장 안 할게.”
사실 그가 긴장한 건 불편해서가 아니었다.
지금 송씨 가문에는 고준서도 와 있었다.
송승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고준서가 안신혜를 향해 얼마나 강한 집착과 애착을 갖고 있는지를 말이다.
그러니 혹시라도 방금 장면을 고준서가 보았다면 설명하기 곤란해질 터였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안신혜는 자신을 친구로만 대할 뿐 다른 감정은 없었다.
송승현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곧 안신혜는 옅게 웃으며 송승현과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얼마 후, 그가 먼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신혜 씨, 당신이 시킨 대로 안재희와 강준혁, 두 사람 관계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데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얻은 건 겉으로 떠도는 얘기들뿐이고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사람 붙여서 더 깊게 파고들 거니까.”
안신혜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지금 그녀는 비록 우경 정원에 살고 있지만 강준혁과 안재희가 어떤 관계인지, 그 속사정까지는 여전히 알지 못했다.
무엇보다 강준혁이 가지고 있는 권력의 절반을 준다고 약속했어도 그걸 곧바로 안재희를 공격하는 데 쓰는 건 위험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오히려 자신의 정체와 의도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송승현은 낮지만, 똑똑한 발음으로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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